법무부가 국회가 요구한 청와대의 6·13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피의자 13명에 대한 공소장 전문 제출을 거부했다. 대신 공소사실 요지가 담긴 5장 분량의 자료만 제출했다. 이는 전례가 없는 일이다. 그동안 법무부는 대부분의 공소장을 기소 1~2일 내에 제출해 왔다. 모두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물론,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최강욱 청와대 공직기강 비서관을 불기소했을 때도 당일 혹은 하루 뒤에 공소장을 국회에 넘겼었다.

하지만 추미애 장관의 법무부는 이를 아예 무시했다. 해명도 구차하다. "공소장 전문이 공개되면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를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게 그 이유다. 추 장관은 이런 결정을 내리면서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추 장관의 오만으로 비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정도면 추 장관의 '법치 흔들기'가 도를 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회법 128조와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서는 군사 외교 안보 등 중대한 국가 기밀이 아니면 국가기관은 국회의 자료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국민의 알 권리를 법으로 보장한다는 의미다.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개입 의혹 사건'이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법무부의 이번 결정은 이해하기 어렵다. 명분도 약하다. 따지고 보면 촛불혁명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이나 사법 농단 등 굵직한 사건 때 모두 공소장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만일 그때도 지금처럼 사실을 숨기며 공소장 요약본만 공개했다면 상황은 크게 달라졌을 것이다. '정치인' 추 장관이 이를 모를 리 없다.

추 장관은 취임 이후 검찰 간부 좌천 인사와 직접수사 부서 대거 폐지 등을 통해 현 정권 관련 비리의혹 수사를 방해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아왔다. 지난 3일 신임검사 임관식에서는 검찰 내 상명하복 문화를 깨라는 주문을 하기도 했다. '공무원은 직무를 수행할 때 소속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하여야 한다'는 국가공무원법 제57조를 장관이 위반하라고 부추긴 것이다. 국민은 4월 총선 때문에 이런 코미디가 벌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번 공소장 비공개도 이와 무관치 않다. 헌법이 규정한 '국민의 알 권리'는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