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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성 연쇄살인 8차 사건의 범인으로 지목돼 20년을 복역한 윤모(52) 씨의 변호를 맡은 박준영 변호사. /연합뉴스

'이춘재 8차 사건' 재심 공동변호인단의 박준영 변호사는 "이 재판은 검찰과 변호인 모두 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협업하는 단계로 통상적인 형사 재판과 다르다"고 말했다.

6일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김병찬)의 공판 준비기일에 재심 청구인인 윤모(53)씨와 함께 나온 박 변호사는 "과학적 증거나 나왔다고 해도 검찰과 경찰의 수사 결론일 뿐 이 법정에서 실체적 진실이 확정될 것"이라며 "검찰이 과거 수사와 새로 한 수사를 모두 증거로 제출해주기를 희망한다"고 요청했다.

공동변호인단을 이끄는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변호사도 "통상적인 형사 재판의 공격 방어와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재판부가)알아주시고 증거를 최대한 복원해 이 법정에 제출돼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진실이 법원에서 확정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동변호인단은 앞서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 8차 사건을 자백한 이춘재를 증인으로 신청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춘재 외에도 과거 위법 수사 의혹을 받고 있는 경찰관과 수사검사,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인을 증인으로 불러 법정에서 증언하게 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검찰도 주요 참고인으로 지목된 경찰관이 미국 이민 중이라 조사를 하지 못한 점, 국과수 감정인이 중증 뇌질환을 앓고 있어 문답조서를 받을 수 없었던 점을 짚으며 재심 청구인의 억울함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법정 증인으로 신청해 진술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날 변호인단은 국가기록원에 보관된 체모 2점을 재판 과정에서 감정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국가기록원이 30년 넘게 보관 중인 체모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체모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 변호사는 "실체적 진실을 가리기 위해 노력한 뒤에 종지부를 찍는 것으로 명확하게 확정해야 한다"며 "다소 과도한 실체 관계 증거 조사라고 하더라도 단 0.1% 불신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있는 확실한 실체적 진실을 확인하기 위해 차고 넘치게 재판 증거조사를 하는 것이 이 사건에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오는 3월19일 오전 10시30분 한차례 더 공판 준비기일을 연 뒤 공판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이춘재 8차 사건'은 1988년 9월16일 화성군 태안읍 진안리 박모씨 집에서 13세 딸이 성폭행당하고 숨진 채 발견된 사건을 말한다. 이춘재가 지난해 11월 범행을 자백하면서 수사기관은 이 사건을 이춘재 8차 사건으로 명명했다.

당시 마을에서 농기계수리공으로 일하던 윤씨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상소했으나 2심과 3심에서 모두 기각돼 형을 확정받았다. 20년간 복역한 윤씨는 2009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윤씨는 이춘재의 범행 자백 이후인 지난해 11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