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지난 7일 종로 출마를 결단한데 이어 9일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한국당과의 신설합당 추진과 총선 불출마를 선언함으로써 안개 속에서 잠행하던 보수정당 통합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황 대표는 여당의 유력한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의 정면대결을 결심함으로써 당내 기득권 중진들의 험지 출마 및 공천 물갈이의 명분을 만들었다. 유 의원은 보수통합을 요구하는 "국민의 명령을 따르겠다"며 공천권·지분·당직 요구를 일절 배제한 무조건 통합을 선언하고, 자신의 진정성을 불출마 선언에 담았다. 제 1, 2 보수 정당의 대표들이 각자의 희생을 담보로 통합에 속도를 붙이고 나선 형국이다.

황 대표와 유 의원은 종로 출마와 불출마 이유를 문재인 정권을 심판하고 교체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정권을 심판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지 보여주어야 한다. 양당 통합과정과 통합신당의 공천이 시험대가 될 것이다. 우선 통합 과정에서 낡은 보수와 선을 그을 수 있을지가 첫 번째 관문이다. 보수의 가치 보다 박근혜라는 인물에 집착하는 세력이 있다. 가치 보다 인물에 집중하는 정치현상의 폐해가 보수 정권을 거쳐 진보 정권까지 이어지는 상황이다. 보수 통합신당이 이 벽을 넘지 못하면 분열의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다음으로 공천을 통해 보수의 미래를 보여주어야 한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은 각각 대구·경북 중심의 영남 기득권 세력이 완고하다. 이들은 개혁 공천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통합신당은 보수의 중심을 영남에서 전국으로 확산해야 한다. 이들의 기득권을 깨지 않고는 보수의 보편적 가치를 확립하기 힘들다.

보수 정당 통합의 정치적 의미는 단순히 보수세력의 단일화에 머물지 않는다. 보수 정당의 통합은 현재 권력의 국정주도와 미래 권력의 견제역할이 균형을 찾음으로써 국정의 정상적인 작동에 기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국당과 새보수당이 미래지향적인 보수의 가치를 세워야만 한다. 황 대표의 종로 출마와 유 의원의 불출마를 계기로 단순한 통합을 완성하는데 그쳐서는 보수 통합의 대의와 목표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당과 새보수당의 통합논의가 현 정권 심판이라는 정치적 실리에 머무르지 않고, 새로운 정치를 향한 가치 중심의 신생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진보 정당의 기득권 행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미래선언과 실천을 보여주어야 여론도 통합에 수긍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