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하게 지역명 붙여 호칭
100만 인구 앞둔 市 이미지 훼손
시민 노력에도 온라인 인식 여전
"아직도 '이춘재 살인사건'을 '화성연쇄살인사건'으로 부르십니까."
화성 동탄신도시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현호(39)씨는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아카데미 수상 소식을 언론매체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접하며 기쁨을 얻음과 동시에 생각지 못한 불쾌감도 함께 얻었다.
봉 감독의 전작인 '살인의 추억'이 조명되면서 '화성연쇄살인사건'이란 명칭이 다시 오르내렸기 때문이다. 최씨 친구들은 여전히 SNS 대화방 등을 통해 강력사건이 벌어질 때마다 '화성'을 거론해 기분이 나빠지기 일쑤다.
최씨는 "진범이 밝혀진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이춘재가 아닌 화성사건으로 부르는 사람이 많다"며 "100만 도시를 향해가는 화성시의 이미지에도 맞지 않는다. 이제 그렇게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진범이 잡힌 연쇄살인 사건 중 국내에서 유일하게 지역명이 붙은 '화성연쇄살인사건'에 대한 명칭 변경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이를 '화성 사건'으로 부르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말 화성시의회가 '화성연쇄살인사건' 명칭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달라는 결의문을 채택까지 했지만 아직 바뀌지 않는 부분도 많아 문제다.
11일 화성시와 시의회 등에 따르면 의회는 지난해 결의문에서 "1986년부터 1991년까지 화성 일대에서 일어난 연쇄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졌지만 사건명에 '화성'이란 지명이 붙여져 30여년간 오명을 짊어지고 있다"며 "경찰과 각 언론사는 '화성연쇄살인사건'이란 명칭을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화성시민들은 그동안 이 사건에 '화성'이란 지명이 붙어, 화성시가 위험한 도시라는 오명이 씌워진 것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이후 진범이 이춘재로 밝혀지고,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명칭을 변경해달라는 지역사회의 노력이 이어졌다.
성과도 있었다. 경찰과 일부 언론사 등이 '이춘재 살인사건'으로 변경해 부르기 시작한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에선 여전히 바뀌지 않은 명칭을 사용하고 있어 더 많은 홍보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포털사이트의 지난 한 달간 키워드 검색량을 보면 '화성연쇄살인사건'은 모두 3만2천170건에 달하는 반면 '이춘재 살인사건'에 대한 검색은 130건에 그친다.
결의문을 발의했던 박경아 시의원은 "결의문 채택 이후 기관 등에 공문 등을 보내 '이춘재 살인사건' 표기로 변경한 언론과 기관이 많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다"며 "이에 대한 개선이 이뤄지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화성/김태성기자 mrkim@kyeongin.com
진범 떠올리고픈 '살인의 추억'… '이춘재 사건' 오명 쓴 화성시
'지역 정체성 바로 세우기' 나선 경기도 지자체들
입력 2020-02-11 21:28
수정 2020-02-12 14:00
지면 아이콘
지면
ⓘ
2020-02-12 6면
-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가
- 가
- 가
- 가
-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