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공직후보자추천관리위원회는 황운하 전 대전경찰청장을 21대 총선 예비후보에 적격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당내 공천 신청자를 대상으로 한 면접까지 치렀다. 황 전 청장은 2017년 울산지방경찰청장 근무 당시 청와대 하명을 받아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했다는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됐다. 황 전 청장은 지난 1월 사직서를 냈으나 아직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찰 공무원 신분이다. 국가공무원법에 저촉되는지 여부도 따져봐야 하는 이유이다.

반면에 정봉주 전 의원은 민주당 공관위로부터 총선 예비후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재작년 미투 논란 관련 재판 1심에서 무죄가 나왔으나 성추행 관련 사안인데다가 최근 영입인사였던 원종건씨의 미투 논란도 불거진 상황임이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선거 승패의 여러 요인 중 혁신공천과 인적쇄신은 중요한 변수 중 하나이며, 각 당이 영입하는 인물들의 면면과 현역 의원 물갈이 등이 선거 초반의 판세를 좌우하기도 한다. 민주당이 최근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과 문희상 국회의장의 아들인 문석균씨 등에 대해 취한 조치와 정봉주 전 의원 등에게 후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당의 정무적 판단이 국민의 눈높이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방증일 수 있다.

황운하 전 청장의 경우는 위의 인물들과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청와대 관련 인사들이 연루된 선거개입 사건으로 13명이 기소됐고, 이와 관련하여 추미애 법무장관이 이들의 공소장을 국회에 제출하지 않아서 논란이 되고 있다. 기소된 인물들의 혐의가 알려지면 민주당이 선거에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른다는 우려에서 공개하지 않았다는 합리적 추론이 가능하다. 민주당의 금태섭 의원과 참여연대, 정의당 등도 법무부의 국회 공소장 요약본 제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예민한 사건으로 기소된 인물에 대해 총선 예비 후보 적격 판정을 내린 것은 김의겸, 정봉주, 문석균씨등과 형평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논란 등 부적절한 공천이란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기소된 인물을 공천하는 것은 법리적 차원 뿐만이 아니라 도덕적 비판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정당 공천은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황 전 청장이 최종 공천된 것은 아니지만 특정 인물에 대한 비호라는 인식을 줄 수 있는 공천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