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조례 반대 현수막4
17일 오후 경기지역 시민사회인권단체가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여부를 논의하는 경기도의회 민주당 의원총회에 앞서 도의회 정문 앞에서 성평등 기본조례 재개정을 반대하는 피케팅을 하고 있다(오른쪽). 반면 도의회 앞 거리에는 보수단체의 성평등 조례 재개정을 촉구하는 현수막이 붙어 있어 성평등 조례에 대조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보수 종교·인권단체 의견 반반 수용
성평등 정의 유지·위원회 설치 삭제

"의미 퇴색… 총선 눈치 과도하게"
이번주 의결 26일 본회의 통과 전망


경기도의회 더불어민주당이 결국 '경기도 성평등 기본 조례'를 일부 개정하기로 했다. 인권·종교단체 의견을 반영해 절충안을 내놓은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양측 모두에게 환영받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4·15 총선 표심을 지나치게 의식(2월 11일자 3면 보도)하다 '집토끼와 산토끼' 둘 다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도의회 민주당은 17일 오후 1시 의원총회를 열어 성평등 기본 조례 개정 여부를 논의했다. 회의 결과 그간 쟁점이 됐던 조례상 '성평등' 정의는 그대로 유지하되 사업주 등 민간 기관 사용자에게 성평등위원회를 설치·운영하도록 한 내용은 삭제하기로 당론을 모았다.

이러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이번 주 소관 상임위인 여성가족평생교육위원회 의결을 거친 뒤 오는 26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전망이다.

지난해 8월 개정 성평등 기본 조례가 공포된 이후 일부 보수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재개정 요구가 쏟아졌다.

이들은 용어 정의에 '생물학적 성'을 명시하거나 성평등이라는 용어 대신 양성평등을 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공공기관이 아닌 종교단체를 포함한 민간에 강요한다며 삭제해 줄 것을 요구했다.

반면, 인권단체들은 이 같은 요구를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고 맞서면서 재개정 반대 입장을 밝혀왔다.

이날 민주당 결정은 양측 요구 사항을 하나씩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갈등을 최소화 해 표심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게 하기 위한 대응인 셈이다.

그러나 이 같은 결과를 받아든 양측 단체들은 아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산인권센터 관계자는 "성평등 정의를 지켜낸 건 반가운 일이지만, 지난해 개정 당시 핵심이었던 사용자의 성평등위원회 설치 조항이 삭제된 건 유감"이라며 "이번 선거에 인권과 민주주의를 위한 정당에 투표하겠다는 입장도 도의회 측에 앞서 밝힌 바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관계자는 "제대로 개정이 되는지 등을 우선 지켜볼 계획"이라며 "성평등 정의 등 나머지 요구안들도 앞으로 논의해 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소속 한 도의원은 "오늘 결정으로 조례의 의미가 많이 퇴색했다. 총선 눈치를 과도하게 본 것 같다"고 지적했다.

/배재흥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