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감염경로를 확인할 수 없는 코로나19 31번째 확진자가 발생했다. 노부부인 29·30번 확진자에 이어 감염경로가 오리무중인 세번째 확진자다. 특히 29·30번 확진자는 서울 종로에 거주하고, 31번 확진자는 대구에 거주해 코로나19의 무차별적인 지역사회 감염 신호탄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이날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29·30·31번 확진자에 대해 "감염경로를 밝히기 어려운 전형적인 지역사회 감염의 사례로 의심된다"며 "냉정하게 판단할 때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1차 방역이 실패했다"고 단언했다. 그리고 정부측에 방역전략의 전면적인 수정을 요청했다.

정부의 방역망을 벗어난 지역사회 감염은 속도는 빨라지고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은 지역사회 감염으로 열도 전체가 공포에 휩싸였다. 그동안 우리 정부의 방역대책도 지역사회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중국을 차치하더라도 코로나19 초기 방역과 관련 우리 정부는 일본에 비해서 효과적으로 선방한 것도 사실이다. 특히 단 1명의 사망자가 없는 것은 우리 의료 수준에 대한 신뢰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역사회 감염이 시작된 것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정부 통제를 벗어난 코로나19의 자체 확산은 예상할 수 없고 그래서 더욱 무섭다. 질병관리본부가 이날 코로나19의 새로운 국면을 선언하고, 국내 의료기관에 입원 중인 모든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코로나19 검사를 시행키로 한 것도 지역사회 감염을 확인하고 대처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일 것이다. 하지만 이 정도 조치가 지역사회 감염 방역대책의 전부라면 문제다.

의협은 감염병 대응단계를 '심각'으로 격상하고 1차 병원이 참여하는 민관협의체 구성, 중국 전역으로부터의 입국제한 조치 검토를 제안했다. '심각하고 되돌릴 수 없는 위협의 가능성'을 사전에 예방하자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현실은 7만명에 이르는 중국인 유학생 대책으로 대학마다 혼란과 혼선이 일고 있다. 교육부가 개강연기, 기숙사 격리 등을 권고하고 대학이 알아서 하라고 방치한 결과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에 대비한 방역대책 전환의 일환으로 중국인 유학생 대응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강제력을 발동할 필요가 있다. 중국인 혐오가 아니라 자국민 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조치임을 중국측에 설득하는 일도 정부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