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도매가 1년새 1560원→1280원
봄 도래시 '피해 대란' 가능성 농후

겨울 대파의 가격 폭락으로 봄 대파를 준비하는 경기도 내 농가도 근심이 크다.

최대 생산지인 전라남도에서는 산지 폐기까지 이뤄지고 있는 데다가 마늘과 양파도 지난해 '풍년의 역설'을 겪어 타작물 전환도 쉽지 않아서다. 대파를 지으면 손해가 뻔한데도 마땅한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

19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기준 대파의 도매 가격은 1㎏당 1천280원으로 지난해 동기 1천560원 대비 21% 하락했다. 같은 기간 소매 가격도 1㎏당 2천524원에서 2천158원으로 17%가량 떨어졌다.

예년보다 포근한 겨울 날씨로 생산량이 증가했는데 코로나19 등에 외식 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수요가 대폭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복잡한 유통 구조로 사 먹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하락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 있지만 대파 재배 농가는 산지가와 직결된 도매가의 폭락으로 그야말로 풍비박산 직전이다.

심지어 겨울 대파의 최대 산지인 전라남도에서는 공급량을 줄이기 위해 산지 폐기가 이뤄지고 있는데도 가격 반등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경기도도 마냥 손 놓고 타 지역 문제라고만 치부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물론 경기도는 주로 날씨가 풀리는 봄부터 대파를 재배해 당장의 큰 피해는 없지만 곧 봄이 도래하면서 바로 대파 대란에 휩쓸릴 가능성이 농후하다.

경기도의 대파 연 재배면적(2018년 기준)은 2천914㏊로, 전국 1만2천115㏊ 중 24%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라남도(3천571㏊, 29%)에 이어 2위다.

생산량도 연 7만848t으로 전국(34만t)의 22.8%를 담당한다. 11만6천t의 대파를 생산하는 전라남도 다음으로 많은 양이다.

대파 가격 폭락이 이어질 경우 도내 농민들도 소득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된다. 게다가 지난해 '풍년의 역설'을 겪었던 양파와 마늘 재배 농가가 대파 재배로 전환할 가능성도 높아 공급과잉 문제가 올해 지속될 수 있다.

도내의 한 농가는 "지난해에도 공급 증가로 인한 농산물 가격 하락으로 농민들의 고통이 컸는데, 올해도 시작부터 같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며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토로했다.

/황준성기자 yayajo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