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국회의원 후보들 너도나도 약속
우후죽순 지정… 장밋빛 공약 '거품으로'
유권자 마음 사로잡는 '철도' 쏟아낼 듯
사전검토 없이… 불확실한 기대감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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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2008년 제18대 총선 때 '뉴타운돌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뉴타운 붐이 일자 국회의원 후보들이 너도나도 관련 공약을 내놓은 것이다. 뉴타운 공약으로 국회에 입성한 이들을 뉴타운돌이라고 불렀다. 당시 인천은 뉴타운보다 주택재개발·재건축 등 도시정비사업이 대유행했다. 구도심을 중심으로 도시정비예정구역이 늘어났다. 웬만하면 도시정비예정구역으로 지정해주는 분위기였다. 첫 삽을 뜨는 것은 주민들의 몫으로 넘겼다. 우후죽순 지정됐던 재개발사업은 부동산 경기침체,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으로 장기간 정체됐다. 서울과 경기지역 뉴타운사업도 다를 바 없었다. 결국 서울·경기·인천은 출구전략 짜기에 바빠졌다. 이후 정부와 지자체의 부동산 정책은 전면 철거 방식을 지양하는 '도시재생'과 소유권보다 주거권을 강화하는 '주거복지'로 전환됐다. 공약은 지키려고 내놓은 것이지만, 여하튼 뉴타운돌이의 장밋빛 개발 공약은 '거품'으로 막을 내렸다.

'철도'는 총선과 지방선거 '단골 공약'이다. 철도가 놓이면 출퇴근이 편리하고, 무엇보다 집값이 오르기 때문이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 이보다 좋은 '사탕'이 없다. 철도는 개통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에서 임기 안에 계획 반영이나 타당성 조사만 통과하면 어느 정도 공약을 이행한 것으로 자평한다. 향후 공약 이행 평가에서 빠져나갈 구멍이 있는 셈이다.

오는 4월15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철도 공약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인천은 더욱 그럴 것 같다. 지난해 8월 GTX-B노선(송도~서울역~마석) 사업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정치인들은 보도자료나 SNS를 통해 GTX-B노선의 예타 통과 소식을 알리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GTX-B노선 예타 통과가 단 한 명의 노력으로 가능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마다 다들 '내 덕분'이라고 나서니, 머릿속이 어지러울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습은 총선을 염두에 둔 '치적 홍보'라는 지적을 받았다.

유권자들이 철도에 관심이 많은 건 사실이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와 국민권익위원회가 21대 총선을 앞두고 1천500만건의 민원 키워드를 분석한 결과, 교통이 3위를 차지했다. 교통의 세부 키워드에는 GTX와 트램(Tram·노면전차)이 포함됐다. 인천 지역 민원 키워드 분석에선 '교통'이 2위에 올랐고 이와 별도로 '철도'가 7위를 기록했다.

지난달 17일 당시 자유한국당 인천시당이 4대 핵심 공약을 내놓았다. 제1공약(원도심 균형발전)에 경인전철 지하화, 도심을 순환하는 인천지하철 3호선 건설, 인천역~동구~부평~인천대공원을 잇는 트램 건설이 들어갔다. 더불어민주당 인천시당은 지난 1월7일 2020년 신년하례회를 열고 4·15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총선 승리를 위해 GTX 광역철도망 구축, 도시 내부 철도망 확충 등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에는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연출한 패널도 설치됐다.

인천 유권자들이 철도에 관심이 많은 이유는 서울 접근성이 좋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서울과 경기 주요 도시에 비해 저평가된 데다, 신도시와 구도심을 활성화할 만한 획기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영향도 있다. 인천이 철도로 거미줄처럼 연결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심성 공약 때문에 인천의 철도 계획이 '춤을 추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타당성 조사 등 사전 검토 없이 노선 계획에 역(驛)을 끼워 넣는다든지, 개통 시기를 앞당기거나 노선을 늘린다든지, 이러한 공약은 불필요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등 혼란을 초래한다. '철도돌이'에게 현혹되는 일이 없도록 철도 공약을 꼼꼼히 살피자. 4년 후에 심판하기엔 너무 늦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