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자 재산등록이 올해로 시행 10년째를 맞았다.
지난 93년 시행된 재산등록은 처음 중앙부처 국장급인 4급 이상 공무원과 감사, 검찰, 경찰, 소방, 세무직 등의 6급 이상을 대상으로 하다, 지난해 규정이 바뀌어 4급 이상과 함께 건축, 토목, 환경, 식품위생 등 부정비리에 노출될 개연성이 적지않은 일부 직종의 7급 이상까지 그 신고대상을 확대됐다.
올해는 또 공개대상자 중 주식거래를 한 자는 연간 주식거래 내역서를 제출받아 직무관련 여부를 심사하게 되며 심사결과 직무상 비밀을 이용한 혐의가 있을 경우에는 법무부 장관에게 조사를 의뢰토록 하는 등 규정이 강화됐다.
시행 첫 해인 93년이후 지금까지 재산등록과 관련해 해임(2명)과 징계(12명) 과태료(2명) 경고 및 시정조치(246명) 보완명령(2만6천206명) 등의 조치가 취해졌다.
올해 재산증가 상위 공직자들의 경우 지난 2000년의 '주(株) 테크', 작년의 저축예금 증가 등과 달리 주식과 부동산, 저축 등으로 재테크 방식이 다양화되는 추세를 보인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구천서 산업인력공단 이사장과 복성해 생명공학연구원 원장, 고인석 한국전력공사 부사장, 이왕우 도로공사 감사 등은 주식투자로 짭짤한 재미를 본 사례다.
또 채영복 과학기술부 장관과 심경보 외교통상부 외교안보연구원 미주연구부장 등은 부동산임대 등을 통해 수입을 불렸다.
재산등록은 그러나 기대만큼 부정부패 척결에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재산등록이 공직자들에게 심리적인 부담을 줘 청렴성을 높이고는 있지만 현재의 시스템으로는 투기, 부정축재 등을 정확하게 밝혀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최근 사회를 떠들썩하게 하는 각종 '게이트'에 관련된 인사들 중에 공직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 그런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실명으로 등재된 예금, 증권, 토지, 회원권 등의 재산은 전산망이나 기관간 업무협조를 통해 파악할 수 있지만 가명과 차명을 사용하거나 현금을 그냥 집안에 보관할 경우 재산변동 내역을 알 수 없는 재산등록의 '사각지대'가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금융실명제의 정착과 금전거래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등 관련 제도를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부양을 받지 않는 직계 존비속은 고지를 거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공직자 윤리법 12조4항은 그동안 재산등록 제도의 대표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지만 아직도 고쳐지지 않은 상태다.
이 조항은 재산등록 전에 피부양 부모나 자녀 명의로 변칙상속을 하거나 위장증여함으로써 재산의 축소·은닉 방편으로 악용될 수 있어 재산 신고자가 합법적으로 법망을 피해나갈 수 있는 길을 터주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일례로 갓 분가한 자녀가 억대의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 사실상 부모의 재산일 터인데도 고지거부권을 내세워 신고하지 않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이다.
이는 독립생계를 유지하는 직계 존비속의 사유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만들어졌으나 재산은폐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많아 재산공개 제도의 근본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