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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흥 정치부 기자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십니까?"

며칠 전 부모님과 코로나19로 안부 문자를 주고받으면서 십분 공감한 내용이 있었다. 특별할 게 없어 보였던, 조금은 지루하게 다가왔던 일상이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었다는 작은 깨달음이었다.

우리의 하루는 일일이 열거하는 게 무의미할 만큼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꽤 많이 달라졌다. 나의 건강뿐만 아니라 내 옆의 가족 혹은 친구, 직장 동료들을 걱정하느라 외출을 자제하는 게 어느덧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특히 어린아이를 키우거나 노인을 부양하고 있는 집안은 옴짝달싹 못한 채 집 안에만 묶여 있는 신세일 테다. 모르긴 몰라도 그들은 '커피 한잔의 여유'와 같은 평범한 일상의 무언가를 지독히도 그리워하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불편을 감수하고라도 각자의 소중함을 미뤄두고 있다는 점에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작은 조각이 되고 있다.

현장에서 감염병과 고군분투하는 의료인들을 보면서 대단함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끼고 있는 우리도 감염병 사태 종식을 위해 주어진 '5천만 분의 1'만큼의 역할을 충분히 해내고 있다.

물론 불안이 만든 빈틈을 파고드는 이들도 있다. 마스크 유통 과정에서 폭리를 취하려는 사람이 있고, 4·15 총선을 앞두고 코로나19를 정쟁의 도구로만 이용하려는 세력도 있다.

또한, 자신의 일상이 너무나 소중한 나머지 감염병 확산 방지 활동에 비협조로 일관하는 단체도 있다. 이처럼 혼란을 부추기는 이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다. 당신의 일상은 안녕하냐고.

언제쯤 일상의 평범함을 되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안갯속이지만, 우리의 일상은 감염병을 극복하는 길로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당신이 일상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는 게 바로 그 증거다. 지금 절실히 느끼고 있는 일상의 소중함이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가장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