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경기도 개신교계 지도자들이 코로나19와 관련된 '종교 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날 오후 도청에서 진행된 간담회에서 개신교계는 '종교 집회 전면금지'에 날선 발언을 내놓았다. 개신교계는 이미 자발적으로 영상 예배와 가정 예배로 전환한 만큼, '집회 금지'라는 강제 조치보다 협조를 구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고명진 수원 중앙침례교회 목사는 "교회 말고 사람이 모이는 장소가 다양한데 유독 교회에 모이면 안 된다고 한다. 교회보다 마트, 쇼핑몰, 극장이 문제인데 주로 매스컴에서 교회를 타겟으로 삼고 있다. 모두 가 다 조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소강석 용인 새에덴교회 목사 역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협조해야 한다는 것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조할 책임을 느낀다. 대부분 교회가 온라인 예배로 축소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교회를 통한 집단 감염의 사례가 있는지 묻고 싶다. 신천지와 연관되지 않은, 교회(만의) 감염 사례는 없다. 종교의 자유는 신성한 것이고, 교회가 잘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김학중 안산 꿈의교회 목사는 "경기도의 선제적 대응에 감사한다. 그런 생각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조치하는)과정 속에 합의가 필요하고 (우리의)작은 소리를 전달하기 위해 여기에 왔다"며 "종교 집회를 강제로 금지한다는 말에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교회는 자정 능력이 있다. 이미 감리교회만 해도 800개 교회에 3차례나 공문을 보내 가정·인터넷 예배를 드리라고 했고, 확진자 역시 나오지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신교계는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예배 방식을 이미 변경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교계 측은 "경기도에서 도내 교회 중 56%에 해당하는 2천858곳이 예배를 강행한다고 하지만, 교회 숫자가 아니라 교인 수가 중요하다. 대형교회는 대부분 온라인, 가정 예배로 전환했기 때문에 실제론 70~80%가 방역에 동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수읍 한국장로교총연합회 회장은 "신사참배와 6·25도 이겨낸 교회다. 강제로 조치를 취하면 순교, 반발만 불러올 것"이라면서 "이 자리에 나온다고 하니 (교회 내에서도)반대가 많았지만, 좋은 방법을 찾기 위해 무릅쓰고 이곳에 왔다"고 말했다.
개신교계의 이 같은 반응에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예배 금지가 아니라 '예배 방식 변경'이 정확하다. 영적인 삶도 중요하지만 육신의 삶도 중요하다"면서 "대형교회 대부분이 예배 방식 변경에 협조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알고 있다. (동참하지 않고 있는)일부가 문제다"고 답했다.
이 지사는 "안 하고 있는 데서 문제가 발생하면 우리로선 추적이 너무 어렵다. 수원 생명샘교회도 (코로나19 전파가) 집합예배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강제조치'에 대해 말하면서도 '강제조치를 고민한다'고 표현했다. 그만큼 신중하게 접근했다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저도 정치인인데 표 떨어지는 일을 왜 하겠냐. 이 논의 자체가 좋지 않은 일이란 것도 알고 있다. '예배 금지'라는 표현은 조심하겠다. 더 나은 말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해당 간담회는 참석자들의 모두 발언 후 비공개로 전환됐다.
이 지사는 지난 7일 '종교집회 전면금지 긴급명령 고민..의견을 구합니다'란 SNS 글을 통해 "종교행위를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라 예배를 집합 방식이 아닌 가정예배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처럼 종교행위 방식을 일시적으로 변경해 주시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썼다.
그는 "종교집회를 강제금지할 경우 엄청난 반발과 비난이 예상된다"면서도 "도민께서 제게 맡긴 일 중 제일은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고 방역에 방점을 뒀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