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령의 아파트 경비원분들이 분리수거장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면서 지나가는 주민들에게 인사하는 모습이었다. 너무나도 익숙했던 모습이어서 경비원의 분리수거, 쓰레기장 관리 등 미화 업무가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부터 봐온 자연스러운 모습이 잘못됐다는 사실은 최근에서야 알게 됐다. 경비원이 경비업무 외 미화업무 등을 하면서 업무가 가중되고, 아파트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진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경비업법에 대해 알게 됐기 때문이다.
경비업법에서는 '허가받은 경비 업무 외의 업무에 경비원을 종사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어린 시절부터 지켜봐 왔던 것처럼 현장에서는 재활용 쓰레기장 관리 등의 일도 경비원의 고유 업무로 정착된 지 오래다.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경비업법이 지켜져야 하는 것이 맞지만, 현장에서 고유 업무로 굳어져 버린 일을 하지 못하게 하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이 최근 공동주택관리업자에 대한 경비업법 적용 계도기간을 두기로 하면서 이 같은 딜레마는 그대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경비원의 근로환경 개선을 위해 단속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는 반면, 주택관리업계에서는 단속으로 고령층이 대부분인 경비원들의 대량 해고가 예상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비원에게 경비 업무만 맡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아파트 측이 전문화를 위해 젊은 경비원을 고용하거나, 인력을 줄이기 위해 첨단 경비시설을 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경찰은 경비원 대량 실직 우려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자 경비업법 적용 계도기간을 5월 말에서 12월 말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경찰이 시간을 두고 행정지도를 하면서 대책을 모색하기로 한 만큼 경비업계, 주택관리업계, 아파트 경비원 등 관계인들의 다양한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현실에 맞는 공동주택 경비업무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