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불안에 떠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KF94 마스크를 판다는 허위글을 인터넷에 올려 2천220여만원을 받아 챙긴 20대가 16일 구속기소됐다. 앞서 지난 12일에는 온라인상에 KF94 마스크를 대량 판매한다고 속여 총 28명으로부터 9억9천만원을 받아 가로챈 일당 4명이 구속됐다. 인천 부평구 한 병원에서 일하는 40대 간호사는 환자 4명의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내 약국에서 마스크 8개를 구매했다가 경찰에 붙잡혔다.

택시기사 폭행으로 경찰서 유치장에 수감된 50대 남성이 조사를 받지 않으려고 "바이러스에 감염됐다"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애꿎은 경찰관 15명이 9시간 격리되고, 한동안 경찰서 유치장과 형사과 출입이 차단되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대구·경북지역에는 전국의 간호사들이 목숨을 담보로 자원봉사에 나서고, 은퇴한 의사들도 허드렛일이라도 하겠다며 생명을 살리려고 피땀을 흘리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이름 밝히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가장 위험하고 힘든 일을 시켜달라는 의사들이 나섰다는 소식에 시민들은 눈물을 훔쳤다. 자신의 몸도 불편한 장애인이 코로나19 환자를 위해 써달라며 경찰 지구대 현관에 성금을 두고 가는 훈훈한 사연들도 들린다. 국난극복을 위한 국민 총력전에 재를 뿌리는 범죄는 절대 용서할 수 없다.

지금은 국가적 위기상황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가 공황상태다. 마스크 허위판매는 빙산의 일각이다. 코로나19를 빙자한 보이스피싱, 문자 스미싱 등 각종 전자금융범죄도 잇따르고 있다. 마스크 대금이 결제됐다고 문자를 보내 확인전화를 걸면 허위 결제인 것 같다며 금융정보를 알려달라는 보이스 피싱은 악질적이다. 가족이나 친지의 이름을 도용한 메시지로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싸게 대량으로 살 수 있다며 계좌로 송금을 요구하는 스미싱은 코로나19 극복의 대전제인 신뢰를 무너뜨린다. '코로나19 확진자의 동선 확인'이라는 문자를 링크하게 해서 악성 앱을 설치해 개인정보를 유출하는 공공기관을 사칭한 스미싱은 인간에 대한 회의를 깊게 한다. 최근에는 노인들에게 코로나19 면역에 좋다고 속여 검증되지 않은 건강식품을 판매하려는 업자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정부는 "공포심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늘어서 그게 더 공포스럽다"는 한 시민의 얘기를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