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이즈마케팅 전략 아닌 '환경 보호' 실천
음식물등 오염 국내 재활용비율 절반그쳐
지금이라도 '쓰레기와 전쟁'에 동참해야

아주 오래된 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 브랜드의 옷도 무료로 수선해주는 원웨어(Worn Wear)서비스를 제공한다.
한국에도 이 회사가 운영하는 무료 수선소가 있다. 옷을 사면 수선해 입으라고 수선 키트를 담아주고 동영상으로 수선법까지 알려준다.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를 옷감으로 사용하는 친환경 기업인 파타고니아(patagonia)다. 이 회사는 2011년 미국 최대 세일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이 재킷을 사지 마세요(Don't Buy This Jacket)' 라는 전면 광고를 뉴욕타임스에 게재했다.
광고에 실린 재킷은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폴리에스테르를 60% 사용한 상품이었다.
광고는 현란한 문구도 없었고 노이즈 마케팅을 노린 전략도 아니었다. 환경을 생각해 재킷을 사지 말라는 말뿐이다.
회사도 최대한 친환경적 공정을 추구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이 탄소를 배출하고 환경을 해친다며 매출의 1%(지구를 위한 1% 프로그램)를 23개 환경단체에 지원한다. 최근에는 옷감 소재로 유기농 목화로 만든 면을 고집하고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원단을 석유제품이 아닌 무, 옥수수, 사탕수수 같은 생화학 소재로 바꾸려고 노력 중이다. 환경을 생각하는 국내외 소비자들은 파타고니아를 친환경 기업으로 꼽는다.
잘 알려진 파타고니아의 사례를 언급한 것은 지난 12일부터 연속 보도한 '수도권, 이대론 쓰레기에 묻힌다'에 관한 얘기를 좀 더 하고 싶어서다.
쓰레기 중 가장 골치 아픈 것이 썩지 않는 플라스틱이다. 종이는 2~5년, 우유팩 5년, 나무젓가락 20년, 일회용 기저귀·플라스틱 용기 100년, 스티로폼은 500년 이상 돼야 썩는다. 우리나라 플라스틱 쓰레기의 재활용 비율은 50% 정도다. 나머지 절반은 음식물이나 화학 물질에 오염돼 있거나 재활용할 수 없는 유색 용기, 제거하기 어려운 비닐 포장재를 사용한 것들이다.
기업들은 자신들이 생산하는 제품의 포장재가 얼마나 환경적인지는 언급하기를 꺼린다. "100년이 지나야 썩을지 말지 모를 것 같은 재질로 포장했다"고 말하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품 포장이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도 다르지 않다. 품질이 비슷한 제품이라면 고급스럽게 포장된 제품을 선택한다.
플라스틱 쓰레기의 분리배출과 재활용을 혼동하는 시민들이 많다. 분리배출을 한다고 해서 모두가 재활용되지 않는다. 분리 배출된 플라스틱 쓰레기 중 재활용 비율은 50% 남짓이다. 간단한 사례를 보면 일본의 요구르트 용기는 뚜껑부터 본체까지 폴리프로필렌이라 재활용 된다.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알루미늄 뚜껑을 따로 뜯어야 하는데 선별장에서 이를 하나하나 뜯어내지 못하기 때문에 상당량이 재활용되지 못하고 버려진다.
소득 수준에 상관없이 전 세계 나라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와 전쟁을 치르고 있다.
필리핀 마닐라의 남부도시 문틴루파의 비얀 마을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쌀로 바꿔준다.
인도 히말라야에 위치한 한 학교에서는 학비를 플라스틱 폐기물로 받는다. 브라질의 쿠리치바에서는 재활용 쓰레기 4㎏ 당 1㎏의 농산물로 교환해준다. 케냐에서는 2017년 8월부터 가장 강력한 '비닐봉지 금지법'을 시행하고 있다. 적발되면 4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거나 혹은 미화 4만달러(약 4천900만원)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처벌이 과할 정도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플라스틱 쓰레기로 인한 환경 피해가 얼마나 심각하면 이런 극단적인 처방을 내놓았을까.
이미 지구의 절반은 쓰레기로 묻혀 있다. 나머지 절반도 시간문제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