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31701000871200045431.jpg
성남시 한 약국에서 마스크 구매자가 약사에세 신분증을 제시하고 있다. /성남시 제공

"마스크가 금세 다 팔려서 품절된건지, 입고조차 안됐었는지 알 길이 없으니 사기 당한 기분이죠"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김모(23)씨는 마스크를 사기 위해 약국에서 줄을 서도 살 수가 없어 어려움을 겪던 차에 온라인 쇼핑몰의 마스크 판매 현황을 알려준다는 A 업체를 알게 됐다. 이 업체는 일정 금액을 지불하면 재고 현황 정보를 실시간 알려주겠다는 것.
업체에 돈을 지불한 뒤 한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 판매가 시작됐다는 이 업체의 문자를 받고 김씨는 재빨리 업체가 알려준 쇼핑몰 홈페이지에 접속했지만 마스크는 '품절'이었다. 이런 식으로 허탕치는 일이 여러번 반복되자 김씨는 의문이 들었고 업체에 항의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기만 했다.　A업체는 "문자를 받고 온라인 쇼핑몰에 접속하는 사이에 누군가 마스크를 사서 품절된 것"이라며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을 뿐이지, 해당 서비스에는 문제가 없다"고 답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마스크 품귀 현상을 악용해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마스크 품절 여부를 확인해 유료로 판매하는 업체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마스크 5부제' 시행에 따라 전체 마스크 생산량의 80%를 공적 판매처인 약국에 공급하고 있지만, 약국마다 판매시간이 제각각이고, 소형 마스크의 경우 구매가 어려워 여전히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구매하려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을 노렸다.
심지어 사업자등록까지 끝마친 A업체는 마스크 판매로 유명한 온라인 쇼핑몰 3사의 '마스크 판매 현황'을 알려주겠다며 그 정보에 대해 일정 금액을 지불하게 해 수익을 내고 있다.
마스크 품귀 현상으로 약국뿐만 아니라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하는 마스크도 '품절'인 경우가 많은데, 해당 온라인 쇼핑몰에 마스크 공급이 이뤄져 판매가 시작돼 '품절' 표시가 없어지면, 이를 확인한 A업체는 자사의 알림 서비스를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마스크 판매가 시작됐다는 내용을 문자로 알리는 구조다.
또 이 업체는 오직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통해서만 문자 알림 서비스의 구매 방법과 가격을 안내하고 있다. 입금일을 기준으로 문자 알림 서비스가 시작되며, A업체의 홈페이지에 기재된 발신 전용 번호로만 구매자에게 문자를 보낸다.
20일 A업체는 김씨에게 문자 알림 서비스 가격으로 10일 5천원, 30일 9천800원에 안내했다. 하지만 A업체가 오픈 채팅으로 안내하는 가격은 소비자마다 제각각이다.
문자 알림 서비스에 대한 가격을 문의한 B(23)씨는 "오전 10시32분쯤에 가격을 문의했을 때는 7일에 3천원, 30일에 5천원으로 안내했었다"고 말했다. 또 "막상 마스크 판매가 시작됐다는 문자를 받고 쇼핑몰에 들어가보면 여전히 '품절'로 돼 있는 경우가 많았다"고 쓴웃음을 지었다.
또 다른 문제는 A업체가 유명 온라인 쇼핑몰에서 마스크를 판매하기 시작했는지 여전히 품절인지를 알기 위해서 크롤링(데이터 수집) 방식을 이용하는데, 크롤링이 타깃이 된 온라인 쇼핑몰에 서버 과부하를 일으켜 직접적인 손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이다.
공적마스크 재고 현황을 알려주는 어플로 유명한 '웨어마스크'의 진태양 대표는 "해당 업체가 1초에 수백번씩 온라인 쇼핑몰의 트래픽을 올리는데, 이 때문에 서버 과부하가 걸려 기업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이 높다"며 "문자 알림 서비스는 잘못된 방식으로 운영되는 서비스로 소비자들이 금전적 피해를 볼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고정삼기자 kjs5145@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