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록시펜 '임상승인' 신청계획
이르면 내년초 시판될 가능성

경기도가 메르스에 대응하려 개발한 의약품을 이용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나선다. 이미 효과를 검증받은 약품이고, 특허권도 만료돼 임상시험 경과에 따라 이르면 내년 초 시판도 가능할 전망이다.

22일 도·경기바이오센터에 따르면 도는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했다. 지난 2018년 말까지 진행된 연구를 통해 골다공증 치료제인 랄록시펜(Raloxifene)이 메르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랄록시펜은 메르스 치료물질로 발굴된 약물이지만, 세포 시험 결과 메르스는 물론 사스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메르스·사스는 모두 박쥐로부터 인간에게 바이러스가 옮긴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게 공통점이다. 이를 바탕으로 추론해보면,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코로나19 치료에 어느 만큼의 용량을 사용하는지를 판단하고, 실제 환자에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는 임상시험이 과제다. 이런 점을 검증하기 위해 도는 이른 시일 내에 식약처에 임상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임상신청은 식약처가 승인한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임상신청이 가능한 도내병원은 모두 31개로 아주대학교병원·성빈센트병원·고려대학교안산병원 등이 속해있다.

이르면 4개월 이내에 임상 결과가 도출될 전망이다.

임상시험은 전임상-제1상-제2상-제3상-제4상의 순서로 진행되는데, 랄록시펜은 이미 안전성이 검증돼 곧장 2단계 임상시험(제2상)을 받을 수 있다. 제1상에서 제3상까지 대개 5~7년이 소요돼, 랄록시펜을 활용하면 시간을 대폭 줄일 수 있다.

김판수 경기바이오센터장은 "올해 안에 2단계 임상시험을 끝낼 수 있다. 3단계 임상시험을 진행할지는 식약처의 판단에 달렸다. 약효가 검증된 치료물질이라 바로 시판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르면 내년 초부터 약품을 사용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특허권 분쟁에서 자유롭다는 점도 랄록시펜의 장점이다. 현재 국내에선 에볼라치료제인 렘데시비르(Remdesvir)를 중심으로 3건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렘데시비르는 오는 2027년 특허가 완료돼 향후 특허권 분쟁의 여지가 있다.

도가 염두에 둔 랄록시펜은 지난 2017년 특허가 만료돼 이미 제네릭(특허가 만료돼 동일 성분으로 다른 회사에서 생산하는 약)으로 사용되고 있다.

/신지영기자 sj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