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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최근 수도권매립지 주변 지역 주민들로 구성된 '수도권매립지주민지원협의체'와 경찰 사이에 수백만원대 금품이 오간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다. 지난 1월 초 주민지원협의체 위원장이 협의체 단체복 목적으로 구입한 시가 60만원 상당의 골프 점퍼와 시가 10여만원 상당의 골프 가방 각 3개씩을 해당 지역 담당 정보 경찰에게 전달한 것이다.

해당 경찰관은 '고가의 물품인 줄 몰랐다'고 해명했지만 전달 방식을 보면 과거 금품을 전하던 수법인, 일명 '사과박스'를 연상케 한다. 과거 현금 등이 담긴 사과박스를 다른 사람이 차에 실어주던 것처럼 해당 경찰관은 직접 차에 물품을 싣지 않고 차 키만 전달했다고 한다. 사람들의 눈을 피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물품의 액수를 떠나 전형적인 수법으로 금품을 받은 이 행위 자체가 적절했는지도 의문이다.

인천서부경찰서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지만, 조사를 시작한 지 불과 이틀 만에 징계에도 해당하지 않는 '직권경고'라는 조치에 그쳤다.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정보 경찰의 역할 중 하나는 범죄 첩보 수집으로, 해당 경찰관은 주민지원협의체의 범죄 행위를 감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직무 연관성이 없다는 인천서부경찰서의 판단은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직무 연관성이 없으면 수백만원의 금품을 받아도 되는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공직자의 금품 수수를 원칙적으로 금지한 '김영란법'은 "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경찰관 금품 수수에 솜방망이 처벌까지 겹치면서 경찰과 주민지원협의체를 바라보는 지역 주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오래전부터 지역 사회뿐만 아니라 인천지방경찰청 내부에서조차 두 기관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깝고, 금품이 오간 사례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논란이 확산하자 인천지방경찰청 감찰계에서 조사에 착수했다. 단순히 이번 사안의 잘못만을 따진다면 지역 주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어 보인다. 이번 조사를 계기로 최근 수년 사이 이런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철저하게 조사해 주민들의 불신을 해소해야 한다.

/공승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b@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