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쌍용자동차가 또 한 번 위기에 봉착했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 그룹이 회사 정상화를 위해 약속했던 2천300억원 투자계획을 철회했기 때문이다. 그룹의 코로나19 피해가 심각해 투자여력을 상실했다고 고백한 것이다. 따라서 마힌드라의 직접 투자를 전제로 한 산업은행의 추가 대출이 좌절될 경우 쌍용차는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것이 확실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제위기가 초래할 국내 산업 구조조정의 신호탄이 아닐까 우려된다.

쌍용차 경영진은 이와 관련 지난해부터 단행한 경영쇄신 작업을 마무리짓고, 부산물류센터 등 비핵심 자산매각을 통해 현금을 확보하는 등, 고강도 자구노력을 통한 경영정상화 의지를 밝혔다. 이와 함께 마힌드라가 400억원의 경영자금 투입을 고려하는 등 쌍용차와 관계를 지속할 뜻을 갖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단기유동성 위기를 모면하는 정도의 처방에 불과하다. 지난 연말 기준으로 쌍용차 채무는 단기 차입금 2천500억원, 장기 차입금 1천600억원으로 부분적으로 자본 잠식 상태다. 최대 채권자인 산업은행의 쌍용차 채권은 1천900억원으로, 이중 900억원의 만기는 7월이다. 산업은행이 돈줄을 끊으면 생존하기 힘든 구조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단기 유동성 위기를 넘는다 해도, 자동차 산업의 특성상 신차 개발이 지체되면 경영 정상화가 물 건너 가는 점 또한 쌍용차 위기의 본질이다. 쌍용차는 경영정상화의 대전제로 투자자들에게 신차 개발비 5천억원을 제안했다. 마힌드라 그룹 2천300억원, 산업은행 1천700억원, 자구노력 1천억원을 합한 계획이었다. 이 계획이 마힌드라의 투자 철회로 무산됐고, 자구노력으로 마련한 1천억원은 신차 개발이 아닌 단기 유동성 위기에 소비해야 할 판이다.

쌍용차의 자구계획은 더욱 처절해야 한다. 사내 복지 중단, 인건비 절감 등 기존의 경영쇄신과는 차원이 다른 자구계획을 세워야 한다. 평택 서민경제의 80~90%를 차지하는 쌍용차의 위기는 평택의 위기다. 하지만 대기업은 어떻게든 살리고 본다는 대마불사형 기업지원 문화는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들다. 쌍용차는 투자자들의 자금지원과 평택시의 쌍용회생 프로젝트를 합리적으로 설득해낼 수 있어야 한다. 노사가 더 이상 버릴 게 없을 수준의 강도 높은 자구계획으로 회생 가능성을 스스로 증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