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금융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IBRD), 미주개발은
행(IDB)등 다국적 금융기관들로부터 398억달러의 패키지 차관을 긴급수혈받
으면서 숨통이트이는 듯 했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다시금 벼랑끝 위기에 몰
렸다.
디폴트(외채지불 불능) 선언설과 페소화 평가절하설, 페르난도 델라루아
대통령의 중도사퇴설 등 악소문이 끊임없이 나돌면서 아르헨티나 주식시장
의 메르발지수를지난 95년이래 최저치인 300대로 끌어내렸다. 12일 하루동
안 기록한 11.35%의 주가폭락은 사실상 아르헨티나 주식시장의 붕괴를 의미
하는 것이다.
이번 사태는 금년말로 만기가 도래하는 153억달러의 외채원리금 상환을
앞두고정부가 고율의 국채를 발행한 것이 결정적인 도화선이 됐다. 지난 10
일 8억8천만달러 상당의 91일짜리 재무부 채권을 발행하면서 단기채권 평균
금리 7.9%보다 2배가량높은 14.1%라는 고율의 이율을 적용한데다 내년 5월
에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의 이율도 16%로 상향조정했다.
좋은 조건의 국채발행으로 외채상환의 숨통을 트고 기존채권의 이율도 인
상해만기도래 외채의 상환시기를 연장해보려는 시도였다.
그러나 정부의 갑작스런 고금리 정책은 외국 투자가들을 오히려 동요하
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지난 11일 주가가 6.13% 빠진데 이어 12일에는 전
날보다 낙폭이 더욱 커져 11.35%나 떨어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게다가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피치와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는 이날
불투명한 경제회복 전망과 채무이행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아
르헨티나의 국채신용등급을 'B+'에서 'B-'로 햐향조정한다고 각각 발표, 주
식시장의 혼란을 더욱 부추겼다.
델라루아 대통령과 경제사령탑인 도밍고 카발로 경제장관은 태환불변과
초긴축정책을 거듭 강조하며 국민들의 이해와 애국심에 호소하고 있으나 국
민의 반응은 비교적 냉담한 편이다.
IMF 역시 "이번 금융불안은 일시적으로 현상으로 앞으로 수주내에 아르헨
티나경제가 위기에서 벗어날 것"이라며 지원사격에 나섰으나 일단 불안을
느낀 외국투자가들의 발길을 되돌리는 데는 미흡했다.
그렇다면 패키지 차관의 도입과 태환정책의 주역인 카발로 경제장관의 재
등장,정부에 한시적 전권을 부여한 경쟁강화법 제정 등으로 잘 풀려나갈
듯 하던 아르헨티나 경제가 이처럼 4개월여만에 다시 위기의 원점으로 돌아
간 이유는 무엇인가.
이에 대해 카를로스 메넴 전대통령 집권말기부터 시작돼 3년반째 지속되
는 경제위기로 아르헨티나 경제가 회복의 탄력을 잃었기 때문이라는 게 현
지언론의 분석이다.
메넴 집권당시 아르헨티나는 달러대 페소화의 환율을 1대1로 고정시킨 태
환정책과 대규모 국영기업 민영화 정책에 힘입어 90년대 중반까지 '반짝성
장'을 기록했으나 그 이후 아시아의 경제위기로 외국인 투자가 위축되고 최
대 교역파트너인 브라질경제마저 휘청거리자 곧바로 침체국면에 빠졌다.
외부경제의 악화는 메넴정권시절 근로자 50만명 정리해고라는 부작용까
지 낳으면서 거둬들인 민영화의 성과를 반감시켰다. 아시아 경제위기와 남
미공동시장(메르코수르) 주요회원국인 브라질의 헤알화 평가절하로 수출여
건마저 악화돼 매년 IMF가권고한 재정적자 목표를 초과하기가 일쑤였다.
올해 역시 IMF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재정적자를 65억달러에 맞추도록 종
용하고있으나 상반기에만 이미 40억달러에 육박한 상태여서 목표달성은 힘
들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델라루아 정부는 최근 다시 공무원 임금과 연
금 삭감 등 초긴축정책을 발표했으나 조여드는 허리띠의 강도가 세질수록
국민들의 반감도 더욱 커지고 있다.
아무튼 '민영화율 90%'를 자랑하던 메넴정권으로부터 빈껍데기 국고를 넘
겨받은델라루아 대통령은 취임초기부터 노동계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외국
투자가들을 겨냥, 노동법 개정과 긴축정책 등을 기반으로 경제를 다잡으
려 안간힘을 썼으나 쉽지 않았다.
또 취임 1년이 지나도록 경제를 호전시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지난 3월
호세 루이스 마치네아 경제장관을 경질하고 카발로장관을 새 경제사령탑에
임명, 의회의 동의없이도 앞으로 1년간 초법적인 조치를 펼 수 있는 권한까
지 부여했으나 이미 회복의 탄력을 잃은 국내경제는 좀처럼 꿈틀거리지 않
았다.
카발로장관은 또 태환의 불변을 강조하기 위해 달러화에 이어 페소화를
유러달러에 고정시키는 페그제 실시를 발표했으나 오히려 10년동안 지속된
태환정책에 대한 피로증세만 심화시켰을 뿐 외국투자가들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아르헨티나 정치권의 분열도 경제위기를 가속시킨 주요원인중 하나다. 야
당으로전락한 정의당(일명 페론당)은 정부의 긴축정책에 불만을 품고
아르헨티나 경제 벼랑끝에 몰렸다
입력 2001-07-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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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7-13 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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