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대 총선 사전투표율이 역대 최고치인 26.69%를 기록했다. 10, 11일 이틀 동안 진행된 사전투표를 통해 총 4천399만4천여명의 선거인 중 1천174만2천여명이 참여해, 유권자 4명 중 1명 이상이 한표를 행사했다. 밀집 투표로 인한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한 유권자들이 총선 당일인 15일을 피한데 따른 분산효과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역대 최고의 사전투표율이 최고의 총선투표율로 이어질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사전투표소마다 장사진을 친 유권자들은 코로나19 비상사태에서도 결코 참정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과시했다.

사전투표는 성격상 총선 당일까지의 돌발적이고 다양한 선거변수와 상관없이 자신의 투표지향이 확실한 유권자들이 참여하는 것으로 봐야 한다. 실제로 특정 정당지향성이 높은 지역의 사전투표율이 평균치 보다 높게 나왔다. 전남 35.77%, 전북 34.75%, 경북 28.70% 등이다. 지역별로 확고한 정당지향성이 사전투표에 반영된 셈이다. 반대로 사전투표율이 낮은 지역은 후보와 정당선택에 대한 유권자들의 고심이 그만큼 큰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분석이 합리적이라면 경기·인천의 표심은 여전히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와 인천시의 사전투표율은 각각 23.88%. 24.73%로 평균치 보다 밑돌았다. 반대로 서울은 평균치 보다 높은 27.29%였다. 여야 주요 정당과 비례정당들이 치열하게 각축을 벌이는 수도권에서 서울을 제외한 경기·인천의 사전투표 표심이 저조한 것은 타 지역에 비해 객관적이며 정치혐오적인 표심, 즉 무당층이 두텁기 때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들은 한국 정당의 정치행태에 진저리를 치는 상식적인 집단으로 막판까지 지지정당 선택과 투표참여 여부를 고심할 것이다.

총 72개 선거구를 가진 경기(59개), 인천(13개) 지역은 전체 총선 판세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 곳에서 마음을 줄 정당과 후보를 결정하지 못한 무당층의 선택은 미세하지만 결정적일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어느 후보가 남은 선거운동기간 경·인지역 무당층 흡수에 성공할지가 이번 선거의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이번 선거는 듣도 보도 못한 역대 최악의 환경에서 진행 중이다. 정치의 정도에 집중하는 정당과 후보자만이 이들의 표심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늦지 않았다. 정당들과 후보들이 민주주의 상식에 복귀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