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공간서 쏟아지는 '묻지마' 의혹·주장
실패로 자주 인용되는 '이탈리아의 사례'
'내로남불' 사람들 능할수록 진실 못 다가가

오늘날 전 세계에서 벌어지는 선전 행태를 보면 요제프 괴벨스의 선전술을 기반으로 비판적 사고 자체를 무력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퓰리처상 수상자이자 뉴욕타임스 문학비평가를 지낸 미치코 가쿠타니는 저서 '진실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에서 21세기 선전 행태를 신랄하게 꼬집는다. "대중에게 정보를 쏟아붓고, 주위를 흐트릴 거리를 만들어내 관심과 집중력을 약화시키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는 매체의 위신을 떨어뜨리고, 고의로 혼란과 공포의 의혹을 퍼뜨리며 거짓말을 만들어내거나 주장하고, 반복 공격으로 신뢰할 만한 정보 전달기관이 작동하기 어렵게 만든다."
관심을 돌릴만한 새로운 이슈가 발생하면 이전 일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게 대중의 속성이다. 그래서 선전가들은 이슈를 덮는 방법으로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 낸다. 사실 여부와 상관없는 온갖 이슈를 만들어 대중을 지치게 해 진실에 다가가는 것을 스스로 포기하게 하는 것이 21세기 선전의 특징이다.
두 번째 특징은 '뻔뻔함'이다. 언론은 아무리 중대한 이슈라도 사실(팩트) 확인이 이뤄질 때까지는 보도를 자제한다. 하지만 최근 온라인 공간이나 정식 언론 매체가 아닌 곳에서는 사실 여부와 상관없이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과 주장을 쏟아낸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다.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三人成虎)다. 뻔뻔한 거짓말의 반복 효과는 이래서 무섭다.
최근 특정한 주장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인간의 심리를 이용한 선전술의 세 번째 특징이다. 이런 현상은 주로 대중과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온라인(특히 유튜브)에서 이뤄진다. 서로 맞받아치는 논객들의 주장에 흥분한 지지자들은 적으로 간주한 상대방들에게 실시간 분노의 감정을 쏟아낸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신념이나 감정이 여론 형성을 주도하는 '탈진실(post-truth) 현상'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는 '가짜뉴스' 논란은 변종 선전술이다. 역사학자인 미국 예일대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미국과 러시아의 정치인들을 겨냥해 "뉴스를 오락거리로 만들어 정치적 이슈를 무력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티머시 스나이더 교수는 저서 '가짜민주주의가 온다'에서 "개혁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무능이나 의지 없음에 관심이 쏠리지 않도록 시민들에게 잠깐씩 의기양양과 분노를 경험하도록 가르치고 있다"며 "처음에는 직접 가짜 뉴스를 퍼뜨리다가 그다음에는 모든 뉴스가 가짜라고 주장하고, 결국은 자기들이 연출하는 스펙터클만이 진짜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실패한 선전의 사례로 자주 인용되는 것이 이탈리아의 '파스타 몰아내기 캠페인'이다. 1930년대 이탈리아의 일부 급진적인 민족주의자와 파시스트들은 "파스타가 영양가 없고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게을러지는 음식"이라고 헐뜯었다. 당시 이탈리아의 작가 필리포 마리네티는 "미국처럼 나라가 부강해지려면 파스타 위주의 이탈리아의 식탁을 미국식 고기 위주의 식단으로 바꿔야 한다"며 파스타 몰아내기 캠페인을 벌였다. 그런 마리네티가 어느 날 식당에서 몰래 파스타를 먹는 사진이 신문에 실렸다. 마리네티 또한 어릴 적부터 먹어왔던 파스타 맛을 잊지 못했다. 이후 캠페인은 사라졌다. 마리네티는 상대방에게는 무차별적인 비난을 하면서도 자신에게는 관대한 '내로남불'의 대표적인 인물이다. 겉과 속이 다른 사람들이 선전에 능할수록 대중은 진실에 다가갈 수 없다.
/이진호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