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분쟁' 중재 목적 6곳 설치
피신청인 동의없이 '조정시작' 불가
개시율 31% 추락… 법 개정 '시급'


코로나19 사태로 '착한 임대료' 운동이 퍼지고 있는데도 임차인을 상대로 한 일부 건물주의 갑질 논란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임대·임차인 간 분쟁 해결을 위한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이하 조정위)마저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9일 대한법률구조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공단 산하 조정위는 각종 임대차 분쟁 조정을 위해 지난 2017년 5월 전국 6개 지부에 설치됐으며 해결이 곤란한 분쟁 등을 중재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임대차 분쟁 조정이 개시되는 비율은 3년 내내 줄고 있다. 지난 2017년 40%였던 개시율은 2018년 35%, 2019년엔 31%까지 떨어졌다.

분쟁 해결은커녕 조정이 열리는 비율조차 지속 하락하는 건 주택임대차보호법(제21조 3항)상 건물주 등 피신청인이 조정 개시를 동의하지 않을 경우 신청 자체가 물거품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상 조정위를 통한 조정 실효성이 떨어지는 셈인데, 실제로 경기도내 곳곳에서도 해결되지 않는 임대차 분쟁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폐업을 결정한 평택의 한 PC방 사장 A씨는 지난 1일 건물주로부터 2천452만원 짜리 공사 견적서를 받았다.

원상복구 비용 1천314만원에 천장·바닥·전기 공사비 등까지 1천138만원이 더 청구된 것인데, A씨는 건물주가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으려고 공사비를 과다 청구한다고 주장하며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조정위 분쟁 조정을 신청하려 했으나 피신청인 동의 없이 조정이 불가하단 소식에 어쩔 수 없이 변호사를 선임한 상태다.

수원시 인계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B씨도 지난해 8월 건물주로부터 올해 말까지 가게를 비우고 그동안은 보증금과 임대료를 두 배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B씨는 임대차 분쟁 조정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해 1천만원 이상을 들여 변호사를 선임해 소송을 준비 중이다.

피신청인 동의 없이도 조정을 일단 개시하도록 하는 관련법 개정안은 지난 2016년 발의되긴 했지만, 민간 기구 성격인 조정위가 조정을 강제하는 게 부적절할 수 있다는 이유로 국회에서 계류되고 있다.

조정위 관계자는 "조정 신청 개시도 못하고 끝나는 경우가 많아 답답해하는 임대·임차인들이 적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면서도 "피신청인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점은 조정위 출범 때부터 제기된 문제며 국회에서 논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여진기자 aftershoc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