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1일 수원시 세류동의 한 복지관 인근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A(84)씨는 깜빡이는 녹색불에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신호는 금세 빨간불로 바뀌었다. A씨가 서둘러 횡단보도를 건너자 대기하던 차량은 기다렸다는 듯 쌩하고 내달렸다.

폭 24m 도로 위에 설치된 해당 횡단보도 신호주기는 24초며 주변은 노인보호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짧은 신호 탓에 노인들은 부지기수로 빨간불에 건너는 실정이다.

A씨는 "복지관이 주변에 있어 나 같은 노인들이 많은데 신호가 좀 더 길었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노인 횡단보도 교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도내 일부 구간의 보행신호가 지난해 연장됐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보행신호가 짧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3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이하 경기남부청)에 따르면 지난해 4월 노인 교통사고 다발지점 865개소의 보행신호가 연장됐다. 기존 1초에 1m인 산정기준을 0.8m로 완화한 것이다.

하지만 지난 3년간 65세 이상 노인 보행자 교통사고는 1천678건에서 1천737건으로 꾸준히 증가했고, 횡단보도 교통사고도 375건에서 지난해 447건까지 늘어났다. 발생률도 전체 교통사고의 25.7%에 달했다.

이에 경기남부청은 횡단보도 보행신호 산정기준을 보호구역의 경우 0.7m/s까지 추가 완화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국교통안전공단은 보행신호 연장도 하나의 대안일 수 있지만, 횡단보도 내 중앙교통섬을 설치하고 별도 신호체계를 부여해 예방 효과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재경 연구위원은 "'고령보행자 교통 사고 유발 행동 분석 및 교통사고 감소 방안' 연구 결과 횡단보도 내 별도 신호가 부여된 교통섬을 설치했을 때 더 안전한 보행환경이 조성됐다"고 말했다.

/신현정기자 god@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