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통합당이 총선 패배로 자중지란에 빠졌던 당을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고, 위원장에 김종인 전 총괄선대 위원장을 추대키로 했다. 통합당은 이를 위해 현역 의원과 21대 총선 당선자 142명의 의견을 취합했다.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대다수가 '김종인 비대위'를 지지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임기보장과 전권 위임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김종인 비대위로 갈 수밖에 없는 당위성이 여기저기서 감지되고 있다.
'김종인 비대위'가 출범한다 해도 통합당의 앞길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선거가 끝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패배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당을 조속히 수습해야 하는 데다가, 김 위원장에 대해 반발하는 일부 세력이 존재하는 등 비대위 위상도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반대하고 있고, 무엇보다 당 안팎에서 830(1980년대생, 30대, 2000년대 학번) 기수론이 나오는 등 세대교체 요구가 빗발치는 가운데 '김종인 비대위'가 순항을 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그러나 자중지란을 심하게 겪는 통합당에는 전권을 휘두를 수 있다면 김 위원장 같은 인물이 적격이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우물쭈물하며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결단력이 있는 김 위원장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것이다. 낡은 부분 일부를 손질하는 것으로 통합당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우물에서 숭늉 찾는 것'과 같다. 건물을 모두 부수고 신축하는 자세로 통합당을 재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김 위원장의 추진력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번 4 ·15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변하지 않는 통합당에 대한 거부의 의미가 깊게 담겨 있다. 구태의연한 자세로 민심을 얻는다는 것은 이제 불가능하다. 830세대를 전면에 내세우자는 여론이 빗발치는 것 역시 환골탈태해 새롭게 변화하는 통합당의 모습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목소리를 진지하게 경청해야 한다. 일부에선 이제 80을 넘어서는 김 위원장이 젊은 세대들과 제대로 화합이 될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만일 김 위원장이 개혁에 소홀히 하면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고집한다면 통합당은 또다시 불행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김종인 비대위'가 보수의 품위를 유지하면서 변화와 혁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통합당으로 재건해 주길 바란다.
[사설]'김종인 비대위' 성공의 조건
입력 2020-04-22 20:46
수정 2020-04-22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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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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