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공무원들은 올 한해 휴가를 반납하고 일해도 금전 보상을 받지 못하게 된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한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하면서 재원 마련을 위해 연가보상비를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공직사회는 즉각 반발했다.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주말도 없이 일하고 휴가도 사용하지 못하는데 정당한 대우도 못 받게 됐다는 불만에서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도 연가보상비 삭감을 즉각 철회하라는 성명을 냈다. 이 와중에 국회와 대통령비서실, 감사원 등 일부 부처는 연가보상비를 한 푼도 감액하지 않았다고 한다. '힘 있는 부처는 다 빠졌다'는 말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추경 규모는 긴급재난지원금 7조6천억원이다. 정부는 세출 사업 3조6천억원을 줄이면서 공무원 인건비 6천952억원(19.3%)도 항목에 포함했다. 연가보상비 3천953억원은 전액 삭감된다. 국채 발행 없이 지출 구조를 조정하고 공공부문이 고통을 분담한다는 취지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부처에서 연가보상비가 삭감된 게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삭감 대상은 질병관리본부 등 보건복지부와 대법원, 경찰청, 해양경찰청 등 20개 기관이다. 반면 국회, 대통령비서실·경호처, 감사원, 국정원 등 34개 기관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직사회는 '이번에도 희생은 또 우리가 해야 하느냐'는 부정적 입장이다. 정부가 국민들 마음을 얻기 위해 지원금을 주면서 만만한 공무원들 연가보상비를 빼앗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국회와 대통령비서실 등 특정 부처가 제외된데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추경안의 원활한 국회 통과를 위해 인건비 규모가 큰 부처를 선별했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죽을 고생을 하는 질병관리본부 직원들도 삭감 대상인데 특정 부처가 빠진 건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오히려 이들 부처를 우선 삭감해야 공감대가 커지는 등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한다.
새 정책에 따른 희생과 헌신은 해당 구성원들의 공감과 이해가 전제돼야 한다. 국가를 위해 어려움을 감내하는 공직자들의 모습은 국민에게 위안과 용기를 준다. 정부는 정책 실행에 앞서 더 세심하게 살펴 공직자들의 불만과 불평을 최소화해야 한다. 정부는 삭감 대상이 아니라고 연가보상비가 집행되지는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을 하는데 해명으로 들린다. 정책의 묘를 살리지 못한 까닭이다.
[사설]이번에도 '힘있는 부처는 빠졌다'는 아우성
입력 2020-04-22 20:47
수정 2020-04-22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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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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