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사회적 거리 두기 완화 방침을 내놓은 뒤 처음 맞은 주말인 지난 25일과 26일 모처럼 많은 국민이 봄을 만끽했다. 정부는 지난 19일 종교시설, 유흥시설 등 4대 밀집시설에 대해 현재의 방역 지침 준수 명령을 유지하되 운영 중단 강력 권고는 해제키로 한 바 있다. 날로 가중되는 국민 피로도와 경제영향 등을 고려한 조치였다. 정부의 발표 때부터 이미 예견되기는 했지만 지난 주말 전국 각지의 유흥업소와 나들이 명소에는 눈에 띄게 인파가 늘었고 대형교회 등 상당수 종교시설도 현장예배를 재개했다. 충분히 이해할만한 풍경이다. 코로나19로 지친 국민들에게 힐링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우려를 떨칠 수 없는 것은 지난 주말 코로나19에 대한 경계심이 이완된 분위기가 드러났기 때문이다. 주점과 유흥업소 등에서는 마스크를 턱에 걸치거나 아예 착용하지 않은 이들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어 사회적 거리 두기 제한이 아예 끝난 것으로 알고 있는 이들도 있었다고 한다. 술잔이 오가는 유흥업소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기가 쉽지 않은 시설이다. 며칠 전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10대 남성이 클럽과 주점을 잇달아 방문한 것으로 확인되자 방역당국이 발칵 뒤집어진 것도 이 때문이다. 유흥업소가 방역의 사각지대로 방치될 가능성을 지난 주말 확인한 셈이다.
부처님오신날, 근로자의 날 등 황금연휴를 앞두고 있고 4·15 총선과 관련해 코로나 19의 최장잠복기(14일)도 지나지 않은 만큼 사회 전체가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한다. 스페인 독감과 신종플루의 경우, 최초 유행시기보다 2차 유행시기에 훨씬 더 피해가 컸다는 점을 되새겨야 할 시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완화된 현재의 일상은 극심한 교통 체증을 빚다 잠시 체증이 완화된 고속도로의 상황과 비슷하다. 차간거리를 유지하는 등 오히려 운전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순간이다. 교통체증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보상받기 위해 과도하게 가속 페달을 밟았다가는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19로 인해 닥칠지 모르는 최악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 혜택을 받으려면 약관을 준수하는 게 필수다. 음주로 교통사고를 낸 운전자가 운전자보험의 혜택을 받을 수 없듯이 그간 애써 부은 보험이 한순간의 일탈로 날아가 버린다면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사설]사회적 거리 두기는 코로나 보험이다
입력 2020-04-26 20:02
수정 2020-04-26 2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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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7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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