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오늘 4·27 판문점 남북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대한민국 영토를 처음 밟고, 남북 정상이 손을 잡고 양측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가 하면, 두 정상이 도보다리를 함께 산책하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전 세계 언론이 타전했다. 대한민국 국민도 전대미문의 역사적 이벤트에 대해, 이성적 입장은 다를지언정 감개무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공동 발표한 판문점선언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 수립을 위한 청사진이었다. 두 정상은 5월 정상회담을 거쳐 9월 평양 정상회담 및 9·19 남북군사합의서 체결로 판문점선언의 구체적 실천에도 합의했다. 같은 해 6월 역사적인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개최로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정착 기류는 뚜렷해졌다. 하지만 지난해 2월 북미 정상이 하노이에서 합의문조차 남기지 않은채 회담을 결렬시킨 이후, 남북 관계는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북한과 미국을 동시에 설득하는데 외교력을 집중해 왔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의 직접 대화 복원에 주력했고, 대한민국 정부에 대해서는 모욕적인 언사와 탄도미사일 발사로 대화의 문을 걸어잠갔다. 우리 정부는 이같은 북한의 도발을 북미 대화 촉진자 역할을 조르는 것으로 해석해 관대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남북관계 답보상태가 오래 지속되자, 실질적인 북한 비핵화는 물건너 가고 군사합의서 체결로 인한 대북 군사력만 약화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총선 승리, 판문점 선언일을 계기로 남북간 보건협력, 동해북부선 조기 추진, 통일경제특구법 제정 등을 통해 남북 대화와 교류 재개에 나섰다. 하지만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이상설이 돌출하면서 변수가 발생했다. 전세계 언론과 각국 정보기관이 그의 신변이상설의 진위 확인에 나섰지만, 북한 당국은 철저히 함구로 일관하고 있다. 백두혈통을 보위하기 위한 내부통제가 잘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은 사실상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했다. 판문점선언 이후 전개된 남북관계의 우여곡절도 핵무장에 바탕한 북한의 강경한 협상태도 때문이다. 김 위원장 건강이상설에서 보듯 북한은 여전히 파악하기 힘들고 상대하기 어려운 체제이다. 정부도 시간이 내편이라는 생각으로 대북정책 집행에 차분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