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43001001414500071291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최근 인터넷 커뮤니티에 '맹독성 유박비료 위험성에 대한 도톨이 아빠 6일간의 기록'이란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년 넘게 키우던 반려견이 아파트 단지에서 산책을 하다가 피마자(아주까리) 유박비료를 먹고 죽었다는 내용이었다. 피마자 유박비료에는 독성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다. 동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먹으면 리신 중독으로 구토, 설사 등 증상을 보이다가 죽을 수 있다. 비료 모양이 사료와 비슷하고 고소한 냄새가 나서 강아지가 유혹에 넘어가기도 쉽다.

얼마 전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다룬 기사를 쓴 이후여서 안타까움이 더 컸다. 지난 3월 말 인천 미추홀구 도화지구 공원 녹지에 뿌려진 피마자 유박비료로 피해를 본 반려견 등은 다행히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려견을 키우는 주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발견하고 미추홀구시설관리공단에 문제를 제기하면서 '주의' 현수막이 뒤늦게나마 붙었기 때문이다. 주민이 피마자 유박비료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도화지구 공원에서도 똑같은 피해가 발생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농촌진흥청이 지난 2017년 피마자를 원료로 하는 비료의 리신 함량을 제한하고, 포장지 앞면에 '주의' 문구 표기를 의무화했으나 피해는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피해 사례는 계속 나오고 있지만, 시민들이 반려견과 자주 이용하는 공원과 아파트 산책로 주변에도 피마자 유박비료가 뿌려지고 있다. 많은 사람이 피마자 유박비료의 위험성을 모른 채 사용하고 있어서다.

우리나라에 반려동물을 키우는 인구가 1천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피마자 유박비료 유통·사용을 금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에게 반려동물은 어떤 것과도 대체할 수 없는 가족이기 때문이다. 반면에 피마자 유박비료는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얼마든지 많다. 가족 같은 반려동물이 희생되지 않도록 관계기관도 이제는 피마자 원료 사용 제한을 고민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김태양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ksu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