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증기에 용접 불꽃, 발화원인 추정
비산방지덮개 등 '안전조치' 의문도
"우레탄 폼 작업시 모든 공정의 인부들을 투입하는 것은 살인 행위입니다."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물류창고 화재 현장을 지켜본 건설업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우레탄은 단열 성능 효과가 우수하고 가공성이나 시공성, 접착성 등이 뛰어나 냉동창고의 단열재나 경량구조재, 완충재 등으로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또 우레탄은 가연성 물질로 불꽃이 튀면 작은 불꽃에도 큰 불로 번질 위험이 크기 때문에 다른 작업들과 병행해 진행할 경우 대형 사고로 번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건설업계에서는 이번 사고가 공사 기간 단축을 위해 우레탄 작업, 용접 등 여러 공정을 함께 진행하려다 발생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29일 화재가 발생하기 직전 건물 지하 2층 C라인 화물용 엘리베이터 부근에서는 우레탄 폼에 발포제를 첨가하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또 우레탄 작업을 하던 장소 부근에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지면서 경찰과 소방당국은 이때 우레탄 폼 작업으로 유증기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용접 과정에서 발생한 불꽃이 튀면서 화재가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화재 발생 위험이 높고 독성 물질이 배출되는 우레탄 작업은 최소한의 인원만이 투입돼야 하지만, 화재 발생 당시 공사 현장에는 9개 업체에서 78명이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었다.
물류창고 공사의 시공사가 최근 인근 공사 현장에서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해 행정처분을 받게 되자, 무리하게 물류창고 공사기간을 앞당기려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9개 업체가 들어갔다는 것은 9개 공정이 동시에 진행됐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준공을 앞두고 무리하게 공정을 병행하다 참사가 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용접 작업 시 유증기에 불꽃이 튀지 않도록 비산방지덮개를 설치하는 등 안전 조치가 진행됐는지도 의문이다.
감리업계 관계자 이모(63)씨는 "우레탄 폼 작업을 할 때 나온 유증기에 전기 배선 누전이나 불꽃이 튀면 폭발 화재 위험성이 크다"며 "동시 작업 지시를 했다면 안전 지침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2008년 이천에서 발생한 냉동창고 폭발 사고가 우레탄 작업 안전 관리 미비로 발생했다는 사실이 드러난 뒤 12년이 지났지만, 공사 현장의 우레탄 작업 안전 관리 지침은 여전히 제자리 걸음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당시 이천시가 만든 백서에는 우레탄 작업에 대한 안전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는 취지가 담겼었다. → 표 참조
/취재반
■ 취재반=김영래 사회부장, 서인범 지역사회부 부장(이천), 이원근·배재흥·손성배·김금보·김동필·신현정·남국성·고정삼·이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