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친척 "함께해야 했는데…"
마지막 출근날 사고당한 부자도
"너가 왜 거기있어" 통곡 잇따라
"결혼 1년 차 새 신랑인데…."
처남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듣고 사고 발생 다음날인 30일 오전 이천시로 한 걸음에 달려온 박모(51)씨는 채 말을 잇지 못했다.
박씨는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 참사로 사망한 A씨의 매부다. A씨와는 제작된 닥트를 현장에 적재하는 작업을 줄곧 함께 하던 직장 동료이기도 했다. 그는 "이날도 함께 작업을 했어야 했는데, 집에 일이 있어 처남만 갔다 오라고 했다"며 말을 줄였다.
A씨는 결혼 1년 차인 새 신랑이었다. 그는 마지막 순간일지도 모르는 지난 29일 오후 1시 37분께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내는 A씨의 애칭인 "짠지야~"라고 다정하게 불렀지만, 대답이 없었고 곧 끊어졌다. 작업을 하다가 잘못 걸었나 생각하며 받았던 전화는 고인과의 마지막 기록이 됐다.
한창 신혼을 즐겨야 할 순간에 미망인이 된 동생을 지켜보던 언니도 참담하긴 마찬가지. 그는 "동생이 4남매 중 막내"라며 "20일 후인 5월 19일이 결혼기념일인데 이런 비극이 어딨냐"고 호소했다.
A씨의 아내는 "우레탄 작업과 용접을 분리하도록 하는 공정 지시가 이뤄졌는지, 총괄 소장은 누구였는지, 이런게 하나도 안 돼 있기 때문에 참사가 일어난 거 아니냐"며 "화재감시자 11명이 있었다고 하는데 충분한 숫자인지, 비상구등은 제대로 켜져 있었는지 등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며 분개했다.
마지막 현장 출근에서 부자간 운명이 엇갈리기도 했다. 아들인 B씨는 다발성 골절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향했지만, 아버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다.
B씨의 외삼촌은 "조카가 아버지와 함께 공사 현장에서 일하는 마지막 날이었다"며 "항상 같이 공사현장을 다니며 일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분향소가 마련된 서희청소년문화센터에 모인 유가족들의 흐느낌이 끊이질 않았다. 차마 사진 앞으로 가지 못하고 멀리서만 지켜보다 주저 앉는 유가족도 있었다.
"너가 왜 거기있어. 너가 왜 거기에…"라며 통곡하는 유가족도 있었다.
엄태준 이천시장은 이날 오전 유가족들을 찾아 일일이 무릎을 꿇고 사과의 뜻을 표하며 철저한 현장 지도 점검을 약속했다.
엄 시장은 "유가족·부상자들 편에 서서 그분들이 원하고 바라는 부분들이 충분히 해결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하겠다"며 "희생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물류창고 현장에 대해 철저하게 점검해 재발을 막겠다"고 약속했다.
/취재반
■ 취재반=김영래 사회부장, 서인범 지역사회부 부장(이천), 이원근·배재흥·손성배·김금보·김동필·신현정·남국성·고정삼·이여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