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050301000058700001851
정부로부터 1.2조원의 유동성 수혈을 받게 된 대한항공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최대 1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등 자금 확충에 나설 전망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이달 중 이사회를 열고 유상증자 여부와 규모를 논의해 추가 자구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사진은 이날 오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 대한항공 여객기들이 세워져 있는 모습. /연합뉴스

'코로나 악재' 아시아나 부채 급증
HDC현산 인수 연기 '포기 가능성'

정부, 대한항공株 10.7% 확보할듯
제주, 이스타 합병 과정도 '먹구름'


코로나19 영향으로 항공업계가 최악의 경영난을 겪으면서 앞서 추진됐던 항공업계 인수 등 재편 과정도 차질을 빚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항공업계 재편을 어떤 방향으로 바꿀지 관심이 쏠린다.

국내 2위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과 미래에셋대우 컨소시엄에 인수될 예정이었다.

지난해 11월 HDC현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후속 절차가 진행돼왔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이 조금씩 달라졌다.

항공업계는 초유의 경영난을 겪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국내 항공업계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해왔으나 코로나19로 인해 향후 성장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HDC현산은 지난달 30일 공시를 통해 이날로 예정됐던 아시아나항공 주식 취득 예정일을 삭제했다. 항공업계는 HDC현산이 인수를 무기한 연기한 것으로 본다.

이를 두고 HDC현산이 2천500억원의 계약금을 포기하고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지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을 때와 코로나19 이후 상황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항공 수요가 예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이러한 전망을 뒷받침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정부 지원이 어느 정도 규모로 진행되느냐가 앞으로 인수 과정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항공업계 위기를 지원하면서 대한항공 주식 중 10.7% 지분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LCC(저비용항공사) 업계의 인수·합병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8일 이스타항공의 지분 취득 예정일을 4월29일에서 '미충족된 선행 조건이 모두 충족될 것으로 합리적으로 고려해 당사자들이 상호 합의하는 날'로 변경한다고 공시했다.

제주항공이 운항하는 해외 시장 중 경쟁 제한성 평가가 필요한 태국과 베트남에 신청한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3월2일 이스타항공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545억원에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인수액은 당초 예정보다 150억원 줄었다. 제주항공은 해외 기업결합심사 승인이 마무리되면 이스타홀딩스에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115억원을 제외한 잔금 430억원을 납입한다는 방침이다.

항공업계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LCC 업계의 인수·합병, 대한항공에 대한 정부 지분 확대 등 코로나19 영향이 항공업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앞서 지난달 24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1조2천억원 규모의 대한항공 지원 방안을 밝혔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당장 여객 수가 줄어든 것도 큰 문제이지만, 앞으로 항공 수요가 어떻게 변화할지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더 큰 문제"라며 "당장 위기를 넘겨도 또 다른 위기가 있을 수 있다는 불안감이 있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하느냐에 따라 항공업계 지도가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