ㄶㄴㅁㅎㅁ.jpg
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시의 한 물류창고 공사장 화재 현장에서 3일 오전 경찰 과학수사요원들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유해와 유류품 등을 찾기 위한 2차 정밀수색을 하고 있다.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38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화재가 국회에서 3년째 잠자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수면 위로 띄웠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세월호 참사 3주년을 앞둔 지난 2017년 4월14일 고 노회찬 정의당 국회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해에 대한 기업 및 정부책임자 처벌에 관한 특별법안에 붙인 법안 이름이다.

노 전 의원과 함께 박주민, 정동영, 윤소하, 심상정, 추혜선, 이정미, 김종대, 김종훈, 윤종오, 김종민 의원 등 11명이 발의안에 이름을 올렸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안 이유를 살펴보면 대부분 대형재해 사건은 특정한 노동자 개인의 위법행위의 결과가 아니라 기업 내 위험관리시스템의 부재, 안전불감 조직문화 등이 복합 작용한 결과라고 전제했다.

현대형 중대재해를 예방하려면 기업 등이 조직적·제도적으로 철저한 안전관리를 하도록 유도하는 입법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의원들이 주축이 돼 이 법안을 내놨지만, 법제사법위원회에 2017년 9월 한차례 상정된 뒤 관심 밖에 놓였다.

이 법안은 재해사고가 발생하더라도 안전관리의 주체인 경영자에게 형사책임을 묻기 어렵고 형법상 업무상과실치사죄의 적용이 까다로워 일선 현장 노동자 또는 중간관리자가 가벼운 형사처벌을 받게 되는 법의 맹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 등 개별법을 보면 과태료나 벌금 부과 규정이 존재하나 인명피해에 대한 처벌을 예정한 규정이 아니어서 벌금액이 피해에 비해 매우 낮은 실정이다. 산안법 벌칙 조항을 보면 근로자가 사망했을 경우 7년 이하의 징역이나 1억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벌칙 규정이 가볍기 때문에 현행 형사법체계는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을 관할하고 지배하는 경영자가 재해의 위험을 평가절하하도록 유도한다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발의한 정치인들은 내다봤다. 결국 사회 전체적으로 재해사고의 위험이 높아지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에 영국·캐나다 등 해외 국가는 인명사고에 대해 경영책임자와 기업의 형사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도 도입했다.

아울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은 기업의 안전의무 위반으로 인한 재해사고시 감독·인허가 권한을 가진 공무원에게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벌칙 규정은 현행 법보다 강화했다. 사업주 및 경영책임자 등이 위험 방지 의무를 다하지 못해 사람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상해를 입게 한 경우에도 5년 이하의 유기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했다.

공무원은 직무를 유기해 사람을 죽거나 다치게 할 경우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상 3억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앞서 노동계는 지난 2018년 말 김용균 사건을 계기로 원청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경영책임자에 대한 형사처벌 하한선으로 징역 1년 이상을 두는 조항을 일명 '김용균법'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에 반영하려 했으나 경영계 반대로 삽입되지 않았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