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내 지자체들이 공공 부문 건설사업비를 줄여 재난 기본소득 예산으로 충당하고 있다. 재원 마련이 여의치 않은 지자체들이 고육책으로 마련한 돈으로 기본소득을 나눠주는 것이다. 이 때문에 공공시설 건립공사가 미뤄지고 시설 보수공사가 중단되는 등 공공부문 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같은 이유로 경기도 내 사회간접자본시설(SOC) 예산을 줄이거나 없앤 것과 비슷한 현상이 광역·기초 지자체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하고 중소 상공인을 살리자는 기본소득이 외려 민생사업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을 초래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남양주시를 제외한 도내 30개 지자체는 이달 초부터 지역 주민들에게 재난 기본소득을 주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상공인들과 자영업자, 서민들을 돕고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다. 수원시는 재난관리기금과 일반회계에서 마련한 1천190억원을 1인당 10만원씩 지급하고 있다. 안양시는 289억원, 군포시는 138억원 규모다. 이처럼 계획에 없던 예산이 기본소득에 편입되면서 시설 유지보수와 공공건물 신축사업이 연기되거나 축소되는 등 진통을 겪고 있다. 안양시는 장애인복지문화관 설립 예산 60억원을 전액 삭감하고 사업을 내년 이후로 연기했다. 수원시 영통구는 시각장애인 보도블록 교체 등 도로유지관리비 예산 3억원을 7천만원으로 축소키로 했다.
해당 지자체는 예정에 없던 기본소득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생부문 사업비가 줄거나 없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수입원이 마땅치 않아 지출구조조정을 통해 기본소득 예산을 확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민생 관련 사업비 예산을 줄줄이 삭감하면서 오히려 지역경제에 악영향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본소득을 나눠주려 생활환경 개선과 직결되는 건설사업이나 공공시설 건립공사가 연기하거나 축소하는 게 지역경제 활성화에 뭔 도움이 되느냐는 것이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기본소득 예산 확보를 위해 세출 구조조정에 나선 건 어쩔 수 없다. 다만 불요불급 예산에 대해 보다 심도 있는 논의와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눈에 보이는 사업예산을 줄이고 없애서 시민들에게 나눠주는 건 누구나 할 수 있는 하책이다. 기본소득 주겠다며 정부가 SOC 사업을 줄이고, 지자체가 민생사업 예산을 손보면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비상 상황을 슬기롭게 이겨낼 정책발상의 전환이 절실하다.
[사설]기본소득으로 텅빈 지자체 재정 재설계해야
입력 2020-05-13 21:12
수정 2020-05-1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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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14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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