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작물 판로한정 '폐기 위기'
경기도내 '계약재배' 2천명 달해
교육부 협의 '농산물꾸러미' 검토
이태원발 집단감염으로 학교 개학이 한 차례 더 연기되면서 급식 납품 농가들이 또다시 작물을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특히 경기도 내 계약재배를 통해 친환경 농산물을 납품하는 농가들은 판로가 학교로 한정되는 탓에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교육부는 당초 4월 9일이었던 고등학교 3학년생 개학 시기를 13일로 미뤘다가 이태원 집단감염 사태가 터지자 이달 20일로 또다시 연기했다.
이에 도내 학교에 농산물 등을 납품하는 농가들이 연이은 개학 연기로 울며겨자먹기로 농산물 폐기에 나서는 등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친환경농업인연합회에 따르면 경기도 내 계약재배농가는 약 1천176곳으로 종사자 수가 2천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다. 하지만 네 차례나 개학 시기가 미뤄지면서 지난 3월과 4월 이미 약 45만㎏과 50만㎏의 농산물을 폐기 처분했고, 5월은 지난 2주 동안만 70만㎏이나 폐기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에 따른 농가들의 피해금액도 지난 3월 약 24억원, 4월 22억원, 5월 2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납품 수량을 못 맞출 경우 가해지는 '페널티'가 농가를 두 번 죽였다는 것이다.
개학 연기가 계속되는 상황에도 납품 수량에 문제가 생기면 다음 연도 납품업체 계약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는 페널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고양지역 한 학교에 농산물을 납품하는 A씨는 "물량 100t을 배정받고 물량을 못 지키면 불이행이 돼 내년 물량을 못 받게 된다"며 "그래서 개학 시기 발표가 나오면 또 연기될 수 있더라도 일단 농작물을 키울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다.
이에 경기도는 교육부와 협의해 잇따른 개학 연기로 쓰이지 않고 있는 무상급식 관련 예산을 농산물꾸러미 지원 사업에 전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농산물꾸러미의 구성물 선택 권한이 학교 측에 있다 보니 날씨 영향을 많이 받는 축산물의 경우 지원에서 소외될 가능성 때문에 실제 사업 시행까지는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친환경농업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체사업 방안이 검토되고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 개선을 위해서는 특수 상황에 계약 물량을 납품받지 못할 경우 농가에 일정 비율을 보전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고정삼기자 kjs5145@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