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통장 빌려 범죄에 악용 불구
은행들 동결 제때 안해 사태 키워
의심계좌 송금운동 펼치는 500명
원래 주인에 메시지 '피해 최소화'
온라인 직거래 사기 피해를 막고자 피해자들이 자체적으로 '의심계좌 1원 보내기' 운동을 펼치고 나섰다. 경찰의 수사가 장시간 소요되고, 금융기관이 소위 '중고나라 사기' 계좌를 적시에 동결하지 않아 피해를 양산한다며 피해자들이 자구책을 마련한 것이다.
오산시에 사는 회사원 이모(37)씨는 지난 4월25일 카카오톡 대화명 '늘감사하자'와 골프채 샤프트를 65만원에 택배 거래하기로 하고 국민은행 계좌로 돈을 입금했다.
'늘감사하자'는 자신이 전남 고흥에 거주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주민등록증과 명함, 계좌번호를 찍어 보냈다. 사진은 남성인데, 이름은 여성이었다. 이튿날 '늘감사하자'는 택배 송장번호를 보내왔다. 하지만 택배 송장 검색 자체가 안 됐다. 인터넷 직거래 사기였다.
눈 앞에서 수십만원을 뜯긴 이씨는 곧장 인터넷 직거래 피해 신고 사이트 더치트에서 해당 계좌를 검색했다. 김치냉장고, 아이언세트, 하이엔드 디지털 카메라 리코 GR3, 아이패드 4세대 12.9인치, 손목시계 프레드릭 콘스탄트 하트비트 문페이즈 등을 사려다 피해를 본 신고 내역이 이미 접수돼 있었다.
범행에 사용한 계좌는 타인 명의였다. 고수익 아르바이트에 현혹된 사람들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소지에도 불구하고 계좌번호와 체크카드 등을 인터넷 직거래 사기범에게 빌려준 것이다.
상황이 이렇자 피해자들은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애플 사기꾼'을 만들어 1원 송금하기, 보이스피싱 신고하기 등으로 공동 대응하고 있다. 현재 방에는 500명이 넘는 피해자들이 모여있다.
피해자들은 범행에 이용된 계좌 주인에게 1원을 보내며 '당신의 계좌가 사기에 이용되고 있다'는 메시지를 남겨 범행을 인식하게 하고, 금융기관에는 보이스피싱이 의심된다고 신고해 계좌를 동결해 피해를 최소화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한편 인터넷 사기는 경찰이 서민을 불안·불신·불행하게 하는 서민3불(不) 범죄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지만 여전히 횡행한다.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내에서 올해 4월 말까지 8천633건 발생했다. 경찰은 이들 중 69명을 구속하고 1천71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
중고사기 피해자들의 '1원짜리 경고문'
입력 2020-05-21 20:09
수정 2020-05-21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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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2 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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