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명 방역 조치도 없이 청사 허가
이날 등교 파행까지 터져 불안 고조
24일도 예정… 市 "행정착오로 실수"

인천시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청사 안팎 모든 지역에서 집합행위 금지 고시를 시행한 지난 20일, 시청 앞마당에서 수백명이 모인 드라마 촬영이 진행돼 논란이 되고 있다. 고시 내용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히 이날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고3 등교수업까지 파행을 빚어 시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시점이었다.

21일 인천시에 따르면 셀트리온 엔터테인먼트 등이 제작해 오는 7월부터 한 공중파 방송에서 방영될 드라마 촬영이 집합행위 금지가 고시된 지난 20일 오후 7시부터 21일 오전 2시까지 인천시청 앞마당(인천애뜰) 주변에서 진행됐다. 드라마 촬영 특성상 정부나 인천시의 방역수칙인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은 대부분 이뤄지지 않았다.

인천시는 이 같은 촬영을 코로나19가 확산 추세에 있던 지난 14일 허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촬영 협조 허가 공문에서 시설물 훼손에 따른 원상 복구, 청원경찰의 통제, 안전사고 발생에 대한 보상 등만 사용 조건으로 제시했다. 코로나19에 따른 방역 조치 준수와 같은 중요 사항은 사용 조건에 명시하지 않았다.

인천시는 오는 24일에도 오후 5시부터 7시까지 드라마 촬영을 허가해준 상태다. 지난 20일 시가 고시한 집합행위 금지 조치를 보면 인천시청 본관청사 현관 앞, 민원청사 앞, IDC센터 앞, 시의회 현관 앞, 인천애뜰 잔디마당 전체 부지 등에서 행사, 집회·시위, 기자회견 등 모든 집합행위를 금지하도록 했다.

이를 어길 경우 3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고 명시했다.

인천시가 사실상 청사 안팎의 모든 장소에서 기자회견조차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한편으로 수백명이 모이는 드라마 촬영을 허가한 것이다. 박남춘 시장은 생활방역 전환 이후에도 인천은 더 강력한 방역 조치를 유지할 방침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인천시 관계자는 "행정 착오로 벌어진 일로 실수를 인정한다"며 "집합행위 금지 고시를 변경해 좀 더 완화하는 방향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명호기자 boq79@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