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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근로자공제회 조인환 경기지사장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회사가 없는 일용직 노동자들의 최소한의 울타리죠."

26일 수원시 팔달구 인계동 건설근로자공제회(이하 공제회) 경기지사에서 만난 조인환(58) 지사장은 공제회를 설명해달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변했다.

■ '일용직 건설근로자들의 울타리' 건설 근로자 공제회란?

공제회는 지난 1997년 12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건설근로자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으로 건설근로자를 위한 여러 복지 정책을 지원하는 공공기관이다. 과거 성수대교 붕괴 및 삼풍백화점 붕괴와 같은 대형 건설사고를 겪으면서 '건설산업 경쟁력 강화와 부실방지 대책'이 절실했고 대책의 일환으로서 설립됐다.

가장 큰 사업은 퇴직공제사업이다. 퇴직공제란, 퇴직공제에 가입한 건설사업주가 매월 고용한 일용직 건설근로자의 근로일수에 따라 공제부금을 납부하면, 공제회는 이를 적립·증식했다가 건설근로자가 퇴직할 때 지급하는 제도다. 일용직 건설근로자는 동일 현장에서 1년 이상 근로하지 못해 퇴직금 혜택에서 소외되곤 한다. 이에 퇴직공제제도를 도입해 건설근로자에게도 퇴직금 성격의 공제금을 지급하면서 건설근로자의 사기를 진작시키고, 더 나아가 양질의 노동력을 확보해 부실시공을 방지하려는 목적인 셈이다. 일반 근로자와 다른 특수성을 충분히 고려해 일용직 건설근로자 특성에 맞게 설계됐다.

하지만 금액 상한과 적용 범위와 같은 제한이 있어 숱한 현장 건설근로자들은 불만을 제기해왔다. 범위를 더 늘려달라는 것이다.

현장 목소리를 최전선에서 들었던 공제회는 갖은 노력 끝에 지난해 11월 건설근로자법 개정이란 첫발을 내딛었다. 지난 19일엔 세부 내용을 다룬 건설근로자법 시행령 개정안도 의결됐다. 이에 따라 27일부터는 퇴직공제제도 의무가입 대상 공사 범위가 공공부문은 기존 3억원 이상에서 1억원 이상으로, 민간부문은 100억원 이상에서 50억원 이상으로 확대됐다. 공제부금도 기존 5천원에서 6천500원으로 늘고, 납부 월수가 12개월 미만인 건설근로자가 만 65세가 넘거나 사망했을 때도 퇴직금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아울러 현재 일부 공사현장에서 시범 시행 중인 퇴직공제 근로내역 신고 전자카드도 오는 11월 도입을 앞두고 있고. 건설근로자의 경력·자격·교육·훈련 등을 기준에 따라 기능별로 등급을 산정해 인정해주는 건설기능인 등급제도 내년 5월부터 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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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근로자공제회 조인환 경기지사장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조 지사장은 경영전략본부장 시절을 회상했다. 그는 "6년간 계류 중이던 건설근로자법 개정안 통과를 위해 국회 상임위원들을 설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며 "개정안 통과로 85만 명이 넘는 건설근로자들이 혜택을 받게 됐는데, 그간 근무하면서 가장 보람이 있었던 일"이라고 말했다.

■ 554만 명이 가입한 건설근로자공제회

공제회 규모 또한 급속도로 성장했다. 현재 공제회에 가입된 건설근로자는 554만 명(2019년 12월 기준)이 넘고, 그간 지급된 퇴직공제금도 2조1천억원에 달한다. 현재 공제부금 또한 3조 8천억원 가량 적립돼 있다. 공제회 자산은 주식·채권 및 대체투자와 같은 방식으로 운용된다. 건설근로자들의 사회안전망이란 역할에 집중하기 위해 안정적인 수익기반 마련이 가능한 채권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 자산운용은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자산운용위원회, 투자심의위원회, 리스크관리위원회라는 3개 위원회를 통해 진행되며, 사후 모니터링도 지속한다.

2006년 처음 개소한 공제회 경기지사는 경기도 내 약 4천700여 사업장을 관리하고 있다. 연간 공제부금 수납액은 약 1천900억원 규모로 전체의 30%를 차지한다. 지급도 연간 4만1천건 수준으로 전체의 20%다.

주로 대규모 공사현장이 몰린 까닭에 경기지사로 일 평균 300여명의 건설근로자들이 찾아온다. 경기지사 직원 13명으로 역부족일 때가 종종 있지만, 그래도 묵묵히 건설근로자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민원을 해결해준다. 조 지사장은 "직원들 모두 큰 불만 없이 모두 사명감을 갖고 맡은 바 업무에 최선을 다해주고 있다"며 "묵묵히 견뎌주는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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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근로자공제회는 지난 1월 14일 건설근로자 취업지원사업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기관들과 약정 체결식을 가졌다./건설근로자공제회 제공

퇴직공제사업만 전담하던 공제회는 2010년부터 훈련·복지사업을 시작했다. 2015년부터는 취업지원사업까지 벌이면서 건설근로자에 대한 사업안전망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조 지사장은 "훈련·복지·취업지원과 같은 사회안전망 기능을 확대하다 보니 현장성도 강해졌다"며 "퇴직할 때만 찾던 사람들도 복지지원을 받으러 자주 지사를 찾는다"고 했다.

현재 공제회에서 하는 복지 사업은 단체보험, 종합건강검진, 결혼·출산 지원금, 자녀장학금 등이 있다. 건설근로자의 보험가입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단체보험 사업은 2019년 하반기 기준 4만3천여명이 가입했다. 열악한 외부환경에 노출된 근로자에게 제공되는 종합건강검진도 3천여명이 수혜를 봤다. 결혼·출산 지원금은 6천700여명이 받았고, 자녀 교육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한국장학재단의 '푸른등대 건설근로자공제회 기부장학금' 지급도 1천300여명이 받는 등 계속되고 있다.

■ 23살 건설근로자공제회, 앞으로는?

공제회의 남은 목표는 건설 현장에 있는 모든 건설 근로자들이 이 제도의 수혜를 보게 하는 것이다.

조 지사장은 "공공공사 근로자는 99%가량 제도 혜택을 보는데, 민간은 여전히 76%가량만 혜택을 보고 있다"며 "현장 특성상 공사를 가리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때 혼선이 생기는 일도 잦아 개선이 필요한 만큼 보다 더 많은 공사현장에 퇴직공제의무가입을 유도하는 게 장기적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보다 더 편리하게 공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대민원 서비스를 강화하는 게 공제회 방침"이라며 "12개 전략과제 및 32개 실행과제를 설정한 경영혁신 로드맵을 수립해 현재 95% 이상 실행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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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인회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2020년 5월 20일(수) 오전 10시30분 건설근로자공제회 9층 회의실에서 박종석 우정사업본부장과 퇴직공제금 신청 접수대행 및 전자카드 발급 위탁업무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건설근로자공제회 제공

공제회는 지난해 4월 송인회 이사장이 새로이 취임했다. 송 이사장은 'NOW 건근공 22'이란 캐치프레이즈 하에 대민원 서비스 향상을 위한 각종 과제를 마련했다. 민원인이 편리하게 공제회에 접근할 수 있게 한 '퇴직공제업무 통합시스템'은 그 중 하나다. 아울러 지난 20일에는 우정사업본부와 협약을 맺고 금융업무를 취급하는 전국 2천600여개 우체국에서 퇴직공제금 신청 접수를 대행할 수 있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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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근로자공제회 조인환 경기지사장 /김도우기자 pizza@kyeongin.com

조 지사장은 "공제회의 유일·최대·최고의 고객은 건설근로자분들이지만, 건설근로자에게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제회에 대한 사업주의 관심과 참여가 절실하다"며 "함께 행복한 건설현장을 만들어가기 위해 일신우일신의 자세로 최선을 다하는 경기지사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동필기자 phiil@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