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 지방자치단체들과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지금 수천억원이 걸린 소송을 진행 중이다. 10여년 이상 진행된 소송의 성격상 그 전말을 소상하게 설명하기는 힘들지만 핵심은 이렇다. 일정규모 이상의 공동주택개발사업자는 1995년 제정된 '폐기물처리시설 설치촉진 및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폐촉법)'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을 설치하거나 폐기물부담금을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한다. 폐기물부담금 부과 주체는 물론 지자체이고, 납부의무자는 공공주택 공급사업을 독점해 온 공기업 LH였다.
하지만 LH는 이 법이 본격적으로 적용된 2기 신도시사업부터 지자체들을 상대로 폐기물부담금 취소 소송을 개시했다. LH는 특히 폐기물처리시설 내 주민편익시설 설치비,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 비용을 부담금에서 제외할 것을 요구했다. 법원은 LH의 손을 들어주어 지자체들은 이미 납부받은 폐기물부담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토해냈거나 내야 할 형편에 몰렸다. LH의 소송에 걸린 지자체가 경기도 11개를 비롯해 전국 19개에 달하고, 하남시 한 곳의 소송금액이 1천345억원이다. 도내 3개 지자체는 최고 수백억원을 토해냈고, 8개 지자체도 법원 판결 추세상 부담금 부과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동병상련의 지자체들은 폐촉법 개정에 나섰다. 그 결과 지난 5월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폐촉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사업시행자에게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용과 폐기물처리시설 지하화 비용을 부담시킨 것이 핵심이다. 하지만 이 법은 향후 공동주택개발사업부터 적용된다. 최근 지정된 3기 신도시도 해당되지 않는다. 개정법은 LH의 부담 확대가 정당하다고 했지만, 과거의 부당한 소송은 막지 못한다. 그 결과 지자체들은 개정법에 따르면 당연히 납부받아야 할 부담금을 포기해야 한다. 그로 인해 발생한 손실은 시민 세금으로 메워야 한다.
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국민 인식은 계속 엄격해지는 추세다. 지자체들이 주민편익시설 설치비와 시설 자체를 지하화하는 비용을 폐기물부담금에 포함시킨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결과이다. 그러지 않았으면 LH는 사업 자체를 진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정부를 대행해 공공주택 공급을 독점하는 LH가 사업진행을 위해 폐기물부담금을 납부한 뒤, 사업을 마치면 되돌려달라고 소송을 벌이는 일 자체가 위선적이고 편법적이다. LH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개정법 취지에 맞추어 소송을 취하하는 방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사설]지자체 상대 수천억 소송, LH 대승적으로 풀어야
입력 2020-06-02 20:52
수정 2020-06-02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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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03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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