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자 38명의 숨이 멎고 10명이 다친 그곳에 유가족 70여명이 참사 한달을 기념하며 다시 찾아왔다. 그간 폴리스라인 너머는 기자들에게 미지의 세계였다. 포탄의 불바다가 지나간 것처럼 (주)한익스프레스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은 참혹했다.
유족들은 절규했다. "살려내라"고 소리쳤다. 구호를 외치는 중간에 아들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중년의 어머니는 온몸을 떨면서 흐느꼈다. 반대편 현장사무실에도 화재 당시 폭발로 떨어져 나온 건물 파편이 날아와 불을 냈다. 현장 간판은 길 건너에 뒤집힌 채 놓여 있었다.
모두 서툴렀다. 소방은 초기 우레탄 유증기 폭발 화재로 추정했다. 경찰은 현장에서 담배꽁초가 나왔다고 했었다. 기자들은 들은 대로 일단 썼다. 오랜만에 본 다른 언론사 기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하기도 했다. 눈치도 없었다.
참사 이튿날 유가족들이 대기하던 모가면 실내체육관을 찾은 시공사 대표는 갑자기 무릎을 꿇더니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흐느끼다 도망치듯 빠져나와 잔디밭에 굴렀다. 시공사 대표가 누운 119 구급대 들것을 반삭발머리 남성이 붙잡고 "제대로 설명하고 가라"고 울부짖었다. 이 남성은 우레탄 뿜칠 작업을 하려고 이 현장에 머물렀던 매제와 하나뿐인 남동생을 잃은 유족이다. 한바탕 들것과 씨름을 한 뒤 체육관 앞 향나무 밑에 앉은 남성은 우레탄 작업을 하다 나온 유증기가 폭발하려면 사람이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고농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은 2008년 코리아냉동 물류창고 화재 이후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낸 연구서에 근거가 있었다.
일터에서 난 불로 사람이 죽었다. 이 사건은 화재가 아니다. 산업재해 참사다. 폭발 굉음에 놀란 인근 축사 소들은 유산을 했다. 송아지 3마리가 이 산업재해 참사로 눈도 뜨지 못하고 흙으로 돌아갔다.
/손성배 사회부 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