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 사태에 소비주체 온라인 무게 이동
비대면·비접촉의미 언택트문화 일상 정착
결혼기피·저출산… 대형아파트 찬밥 신세
철통보안·방역에 '마음 닫힌 세상' 걱정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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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아파트 단지 등 주택가에는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있다. 정해진 요일에 종이·플라스틱·비닐·캔·병 등을 내다 놓으면 다음 날 업체가 수거한다. 큰 종이상자는 테이프 등 이물질을 제거한 후 잘 펴서 차곡차곡 쌓아 놓아야 한다. 부피를 줄이는 방법이다. 종이상자를 펴는 것이 귀찮아 그냥 두고 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럴 땐 아파트 경비 아저씨가 일일이 펴서 정리한다.

재활용 분리수거장을 관리하는 게 경비 아저씨 업무는 아니다. 내년부턴 경비 업무만 수행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들이 없으면 누가 쓰레기 분리수거장을 관리할지 벌써 걱정된다.

코로나19 사태로 달라진 점이 있다. 재활용 쓰레기 분리수거장에 쿠팡 '로켓배송' 등 택배 종이상자가 많아진 것이다.

대형 할인점에서 고객 편의를 위해 제공하는 종이상자는 보기 어려워졌다.

대형 할인점에서 포장용 테이프와 끈이 사라진 이유도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택배 방식의 물품 구매가 증가한 영향으로 보인다.

최근 물류센터에서 잇따라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택배 감염'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방식의 비대면(非對面) 소비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비해 상가의 공급 과잉을 막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소비 경로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하는 추세에서 코로나19 사태까지 터졌으니 말이다. 온라인 소비 시장이 확대되면서 오프라인 상가 수요는 줄고 기존 상가 간 경쟁이 더 심화할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비접촉을 의미하는 '언택트(untact)' 문화가 일상생활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고객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한 '드라이브 스루(drive through)'는 대표적인 언택트 문화로 자리 잡았다. 맥도날드와 스타벅스 등 일부 매장에서 제공했던 드라이브 스루 서비스가 다른 분야에도 도입되고 있는 것이다.

차에 탄 채 코로나19 검사를 받거나 물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책을 빌리기도 하고 심지어 도시정비사업 조합원 총회에도 드라이브 스루 방식이 도입됐다. 해외에선 결혼식과 집회까지 드라이브 스루 방식으로 열려 화제가 됐다.

드라이브 스루가 어디까지 확산하고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 관심이 쏠린다.

사회 현상과 환경 변화는 주거 문화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혼 기피와 저출산 문제로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소형 평형 아파트가 인기를 끌고 있다.

부(富)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대형 아파트는 찬밥 신세가 됐다.

미세먼지가 심각한 환경 이슈로 대두하자 건설사들이 아파트 단지에 미세먼지 저감 특화 설계를 도입하고 있다. '미세먼지 마케팅'에 나서는 것이다. 실내 공간에 환기 및 외부 공기 차단 시스템을 설치하는 건 기본이다. 외부에 미세먼지 측정 센서와 저감 설비를 설치하는 아파트 단지도 나온다.

그렇다면 코로나19는 주거 문화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까. 우선 온라인 소비·수업과 재택근무에 조금이라도 장애가 없어야 할 것 같다.

시스템 에어컨과 미세먼지 저감 장치에 이어 세균·바이러스 따위의 병원체를 없애는 설비까지 등장할 것이다. 머지않아 아파트 공용 현관문에 체온을 자동 측정하는 센서가 부착돼 '수상한 외부인'은 물론 '바이러스' 침입까지 방지할 날이 올 듯하다. 입주민 공용시설과 동선 설계도 대면·접촉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대형 평형 수요가 증가하고, 생활 편의시설이 밀집한 도심보다 공원 등 녹지 공간이 많은 한적한 곳을 선호하는 경향이 생길 수 있다.

언젠가는 무균실을 갖춘 고급 아파트까지 생길지 모른다. 철통 보안·방역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도 닫히는 건 아닌지 벌써 걱정된다.

/목동훈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