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이 상임위원회 구성과 위원장 선출 법정 기한인 8일에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난 5일 통합당 의원들이 퇴장해 범여권 의원들만 자리를 지킨 반쪽 개원에 이은 파행이다. 여·야는 상임위 구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리기로 합의해 초유의 파국은 피했다. 특위는 상임위별 위원 정수를 확정해 본회의에서 처리키로 했다. 민주당 6명, 통합당 4명, 비교섭단체 1명 등으로 구성됐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특위 구성을 수용하면서 12일까지 양당이 상임위 선임 명단을 제출해달라고 요구했다. 시한을 넘기면 여야 합의에 상관없이 본회의를 열겠다고 압박했다. 21대 국회가 초반부터 국민 신뢰를 저버리는 구태(舊態)를 보여주고 있다.

여·야가 다투는 핵심 쟁점은 법제사법위원장 자리 문제다. 통합당은 17대 이후 이어진 관례대로 제1 야당에서 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상임위의 원활한 운영과 효율성 제고를 위해 양보할 수 없다고 맞선다. 통합당은 자구 심사권을 가진 법제특별위원회와 검찰 법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을 관할하는 사법위원회로 나누어 여야가 나눠 갖자는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법사위 역할을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과 배치된다며 부정적 입장을 보였다. 법제특별위가 만들어지면 각 상임위가 통과시킨 법안을 다시 심사하는 사실상 상원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당은 법사위원장 자리만은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를 서로에게 각인했다. 당분간 냉각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원 구성이 자꾸 늦어지면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일하는 국회, 달라진 국회란 말은 공허해진다. 시작이 요란해서는 끝이 좋을 수 없다. 양당은 며칠 늦춰진 시한이라도 꼭 지켜내겠다는 다짐을 해야 한다. 국민은 법사위와 위원장에 별 관심이 없다. 이참에 비대해진 법사위의 기능과 위상을 덜어내기 위한 개혁입법에 나서야 한다.

국회 원 구성이 연장된 시한을 못 지키고 또 미뤄지는 건 불행한 일이다. 국민들은 벌써 21대 국회에 대한 기대와 희망을 접고 있다. 아무리 포장을 잘해도 국민 눈에는 밥그릇 싸움으로 밖에 보이지 않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이전과 다르다'거나 '일하는 국회'라는 징조는 보이지 않는다. 여야는 양보와 타협의 정신으로 기한 내 원 구성을 위한 합의를 이끌어내기 바란다. 과거와 다른 국회를 보여주기 위한 시간은 많지가 않다. 불과 사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