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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에 펄럭이는 법원 깃발. /연합뉴스

고급 외제차를 파묻어 숨겨놓고 허위 도난신고로 수억원의 보험금을 타낸 50대 남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의왕시에 사는 A(56)씨는 저가에 고급승용차를 구입해 이른바 '자차'로 불리는 자기차량손해 담보가 포함된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하고 허위 도난신고를 해 보험금을 수령할 마음을 먹었다.

A씨는 절도, 강도 등 범행으로 오랜 교도소 생활을 하면서 수형 중 알게 된 사람들과 공모하거나 혼자서 보험사기극을 벌였다.

고급 외제차인 BMW 7시리즈 승용차를 해체해 아파트 공사현장에 버리고 일부는 비닐하우스 근처 토지에 파묻었다.

A씨는 지인과 함께 지난 2017년 3월 BMW760 승용차를 4천만원에 매입했다. 명의자는 내연관계에 있는 B씨로 하고 삼성화재해상보험(주)의 애니카다이렉트자동차보험에 가입했다.

명의를 본인이 아닌 내연녀 명의로 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내연녀까지 이 승용차가 도난당한 것이라고 속인 뒤 보험회사의 조사에서 덜미를 붙잡히지 않으려는 꼼수였다.

5개월 뒤 A씨는 의왕시의 한 농장 비닐하우스에서 BMW를 해체하고 폐기물을 아파트 공사장 등지에 버렸다.

이어 지인에게 동일한 모델을 빌려오게 한 뒤 해체한 승용차 번호판을 달고 B씨와 함께 성남시 중원구의 한 횟집 주차장에 뒀다. 둘이 단대오거리 쪽으로 걸어가 맥주를 마시는 동안 A씨와 짠 2명이 미리 준비한 예비열쇠로 B씨 명의 차량을 옮겼다.

B씨는 이들에게 속아 도난신고를 하고 보험금을 청구했다. 삼성화재해상보험은 도난신고 2개월 만에 질권해지를 위한 가지급금 명목으로 3천340여만원, 도난보험금 5천400여만원 등 합계 8천700여만원을 B씨에게 지급했다.

A씨는 대리운전을 가장해 고의로 교통사고를 낸 뒤 대리운전위험자동차보험을 이용해 보험금을 수령하기도 했다.

2017년 5월 A씨는 또 다른 지인 C씨에게 DB손해보험(주)의 대리운전위험자동차보험에 가입하게 했다. 다른 지인 D씨에게 내연녀 B씨 명의 BMW760 승용차의 대리운전 기사를 부르도록 하고 이때 C씨가 나타나 이 차량을 끌고 가다 고의로 담장을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DB손해보험은 치료비와 차량 수리비 명목으로 D씨에게 2천200여만원을 지급했다.

이보다 앞선 2016년엔 국산 고급 승용차 허위 도난신고로 보험금을 타냈다.

A씨는 2016년 7월 인천 서구에 있는 중고차매매단지에서 쌍용 체어맨 승용차를 1천200만원에 샀다. 나흘 뒤 KB손해보험 KB매직카업무용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

A씨는 딸 집에 갔다올테니 체어맨을 빌려달라는 D씨의 요청에 흔쾌히 응했다. D씨 집 근처에 세워진 체어맨을 A씨는 미리 준비한 예비열쇠로 시동을 걸어 의왕시 농장으로 옮겨놓고 나몰라라 했다.

빌린 승용차가 없어지자 D씨는 A씨와 논의한 뒤 안산상록경찰서에 도난신고를 했다.

A씨는 체어맨도 숨겨놨다가 1년여가 지난 뒤 산소절단기로 절단해 해체한 뒤 아파트 공사현장에 버렸다.

작업을 하기 전 A씨는 KB손해보험으로부터 도난 보험금 명목으로 2천300여만원을 받았다.

검찰은 A씨를 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 8조(보험사기죄)를 보면 보험사기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받게 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 사건 재판을 맡은 수원지법 형사1단독 이원석 부장판사는 지난 5일 "피고인은 자동차에 자차보험을 가입하고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해체해 공사현장에 묻어버리고 도난당한 것처럼 가장해 3곳의 보험회사로부터 합계 1억3천400만원을 속여 뺏었다"며 징역 1년8월을 선고했다.

이어 "보험사기 범행은 단순히 보험회사에 손해를 끼치는 것이 아니라 보험에 가입한 소비자의 이익을 해하는 것으로 일반 사기 범행에 비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며 "사전에 치밀하게 준비된 계획적인 것이고 수법 역시 차량을 해체해버릴 정도로 대담해 형을 가볍게 하기 어렵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손성배기자 son@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