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신축 공사현장 화재 사건은 총체적인 안전관리 부재에 따른 '인재(人災)'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경찰은 최초 발화 원인을 지하 2층 용접 작업 도중 발생한 불티 때문인 것으로 잠정 결론지었다. 공사 현장 안전지침 미준수는 물론 공기 단축을 위한 병행 작업 실시, 유해위험방지계획서 상의 대피로 폐쇄 등도 화재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지목됐다.
15일 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이천경찰서에서 열린 중간 수사 결과 브리핑에서 불은 지하 2층 용접 과정 중 발생한 불꽃이 천장의 마감재 속에 있던 우레탄 폼에 옮겨붙으면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무염 연소 형태로 확산된 불은 전실 출입문 부근에서 산소의 공급이 원활해지면서 급속도로 번져 나갔다.
경찰은 공사 현장은 화재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가 이뤄지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용접 작업 시 용접 방화포 및 불꽃·불티 비산 방지 조치가 없었고 비상 경보장치, 비상유도등, 간이 피난 유도선 같은 임시 소방시설도 설치하지 않았다.
공기 단축을 위해 화재 당일은 평상시보다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됐다.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은 당초 5월 초부터 6월 15일까지 완료할 예정이었지만 변경된 작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지난 4월 28일부터 근로자 3명이 공사에 투입됐다.
또 유해위험방지계획서에는 지하 2층에 화재 등 위험 발생 시 방화문을 거쳐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했지만, 결로 방지를 목적으로 방화문 설치 공간을 벽돌로 쌓아 폐쇄해 대피로가 차단돼 있었다.
경찰은 화재 발생 원인과 인명 피해에 책임이 있는 공사 관계자 24명(발주자 5명, 시공사 9명, 감리단 6명, 협력업체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입건했다. 이중 9명(발주자 1명, 시공사 3명, 감리단 2명, 협력업체 3명)에 대해서는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향후 공기 단축과 관련된 중요 책임자와 공사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와 여죄 등에서도 계속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인범·이원근기자 lwg33@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