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인일보가 단독보도한 수도권매립지 관토 반입전표 환치기 사건은 공공기관의 직무유기와 일부 운송업체의 악덕 상혼이 결합된 세금횡령 사건으로 주목받았다. 사건의 개요는 간단하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SL공사)는 반입 폐기물을 덮어 매립할 흙이 필요하다. 서울시는 관급공사장에서 발생하는 관토 처리가 골치아프다. SL공사는 서울시 공공기관과 협약을 맺고 관토반입을 허가했다. 서울시는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흙을 운송비만으로 처리할 수 있고, SL공사는 폐기물 매립용 토사를 공짜로 확보할 수 있는 상생협약이었다.

하지만 상생협약은 악덕 운송업체의 배를 불리는 암시장을 만들어냈다. SL공사가 발행한 관토 반입전표가 악덕업자의 노다지가 됐다. SL공사가 관토 반입전표를 공공기관에 발행하면, 공공기관은 운송업체에 전표와 운송대금을 지불하고 관토를 출고한다. 문제는 운송업체가 서울시 관토는 서울 인근 경기도 농지 등에 불법 매립한 뒤 남은 전표를 민간사업장에서 발생한 토사(사토)를 수도권매립지에 반입하는데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전표가 거래되고, 악덕 운송업체는 서울시 세금인 공식 운송비와 민간사업자에게 판매한 전표 수익을 독차지한 것이다.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가 세금으로 업체들에게 지급한 관토 운송비용만 60억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 이 문제가 불거지자 SL공사는 부랴부랴 재발방지 조치를 취한다고 법석을 떨었고, 서울시상수도사업본부는 관토 운반차량의 실시간 운행경로를 파악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불법을 인정하고 개선 조치를 취한 것이다. 경찰도 수사에 나섰다. 당연히 10년간의 불법적인 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 사건 수사를 전담한 인천계양경찰서는 지난 19일 '실정법상 처벌이 어렵다'며 무혐의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인일보는 올해 3월에도 전표환치기가 여전히 성행한다고 추가 보도했다. 경찰 수사중에도 여전한 불법에 대해 경찰이 면죄부를 준 것이다. 악덕업체가 국민 세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을 언론이 대부분 밝혀 준 사건이다. 경찰로서는 불법의 범위만 확대하면 되는 수사였다. 그런데 혐의가 없다니 무슨 소린가. 공공기관이 발행한 전표로 국민세금을 횡령한 것도 모자라 그 전표를 현금으로 교환해 착복한 행위에 범죄혐의가 없다? 경찰 수사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