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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 지역기자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공급보다 수요 부족해지는 소비소멸시대
지역화폐와 같은 '복지적 경제정책' 강조
세금감면 축소·탄소세 등 재원 마련 관건

"지난 2년 정책의 기본 토대 마련" 분석속
계곡 정비, 도민 실질 혜택… 도정 신뢰감
후반기 '투기중심 부동산 문제 해결' 포부


성남시장 재직 시절부터 꾸준히 이슈몰이를 해왔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올해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그 어느 때보다도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만 24세 청년에게만 제한적으로 지급하던 기본소득을 일회성이나마 처음으로 모든 도민에게 지원하고, 나아가 모든 국민이 혜택을 받도록 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많은 국민들에겐 개념조차 생소했을 기본소득이 단숨에 차기 대선 어젠다로 급부상한 가운데, 중심엔 5년 전부터 박근혜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면서 이를 주창해오던 이 지사가 있었다.

임기 반환점을 돈 이 지사는 이를 뿌듯한 일로 언급했다. 24일 기자들과 만난 그는 2년간의 전반기 도정 성과에 대해 "개인적으로는 역시 기본소득이 우리 사회의 주요 의제가 된 것과 일회적이긴 하지만 기본소득 정책을 시행해본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모두가 아는 기회는 기회가 아니라 일상이다. 위기 속에 원래 기회가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엄청난 위기를 겪고 있는데 기본소득뿐 아니라 우리 사회가 구조적으로 재편되는 결정적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군산 공공배달앱 현장 찾은 이재명 경기지사
이재명 경기지사가 지난 4월 17일 전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공공배달앱을 출시한 전북 군산시를 찾아 소상공인들과 공공배달앱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 복지적 경제 정책

1시간 가까이 진행된 인터뷰에서 이 지사는 절반 이상을 기본소득제를 이야기하는데 할애했다. 그는 이를 '복지적 경제 정책'으로 규정했다.

"임기 후반부에는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부합하는 정책을 만드는 데 중점을 둘 건데 이를테면 기본소득 같은 것"이라고 운을 뗀 이 지사는 "과거에는 경제 성장과 복지 확대는 양립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봤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한때는 사실에 접근했다. 자원이 부족했던 고도성장기에는 한쪽으로 몰아서 투자하는 게 더 효율적이었는데, 지금은 저성장 사회가 돼서 공급보다 수요가 부족한 시기가 됐다. 복지를 통한 소비 지출 역량 확대가 경제 성장에 도움이 되는 시기가 된 것"이라며 "포용적 성장론이라고 이야기하기도 하고 좀 더 구체화된 게 소득주도성장인데, 이제 그 정도로는 안 되는 시기다. 소비 소멸 시대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복지가 소비 수요로 100% 전환될 수 있는 '복지적 경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역화폐형 기본소득제를 염두에 둔 것이다.

이 지사는 "그냥 복지 정책으로 생각해 현금을 나눠주면 수요가 늘지 않는다. 강제로 쓰게 하면 수요 영역이 커지고 이는 매출 증대로 이어진다. 1년에 25만원이라도 해서 시장에서 몇개월이라도 경제 활성화를 느끼게 하면 절대 비싼 돈이 아니다"라면서 "국민들도 바보가 아니다. 내가 낸 세금이 엉뚱한데 쓰이는 게 아니라 내게 온전히 혜택으로 돌아온다고 하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처음엔 일반 예산을 투입하고, 그 다음엔 세금 감면하는 것을 좀 줄여서 재원을 마련해보고, 이후엔 기본소득에 100% 투입한다는 전제로 탄소세 같은 새로운 세금을 만드는 등 순차적으로 실현가능하게 하는 게 관건"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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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경기도청 지역기자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 시절인연(時節因緣, '모든 사물의 현상이 시기가 되어야 일어난다')

코로나19 사태 속 기본소득제가 차기 대선의 핵심 어젠다로 부상한 점과 맞물려 유력 대선 주자로 주목받고 있는 이 지사지만, 대선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기본적으로는 대선이 아니라 재선", "통상적으로 설정한 프로그램에 들어있진 않다"고 거론한 그는 "곁눈질하고 집착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안 되는 길"이라면서 '시절인연'을 말했다. 때가 맞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 시대가 필요한 자원으로 대중이 판단해야 하는데 억지로 되는 게 아니다. 저는 지난 대선에선 준비도 덜 됐고 사람들이 부를 생각도 안했는데 '저요, 저요'하면서 억지로 했던 것 같다"면서 돌연 자책(?)한 그는 "뭔가 조직하고 하겠다고 나서는 게 과연 그 일을 맡게 될 이유가 될 수 있을까. 결국 민심, 천심이 결정하는 일인데 의도적 노력은 장애가 되는 경우가 많다. 대중의 판단에 맡기고 내가 원래 맡은 일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결론이 날 일인데, 의도적 노력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취임 후 2년 동안 도지사로서 해온 많은 일 중 성과와 아쉬운 점을 물으니 "아쉬운 건 크게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정책에 따라 조율이 필요한 일도 있고 속도가 느려질 수 있는 일도 있는데 세상 일이 다 그렇지 않나. 성남시장 때야 정치적 제약 때문에 많이 싸웠는데 지금은 집권여당의 일부로서 일하고 있으니 심각하게 충돌할 일도 없고 의회 구조나 정치 상황도 우호적이라, 부당하거나 잘못된 일을 하지 않는 한 문제 없이 진행돼왔다"는 이유에서다.

성과에 대해선 "도민들이 느끼기엔 계곡 정비가 아닐까 싶다"고 언급했다. 이 지사는 "압도적 다수의 도민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을 줬다는 측면도 있고 '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측면도 있는 것 같다. 도정에 대한 신뢰가 높아진 게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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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4일 오후 경기도청 지역기자실에서 취임 2주년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경기사진공동취재단

임기 후반부 집중하고 싶은 정책 중 하나로는 부동산 문제 해결을 거론했다.

이 지사는 "아직 중심의제로 못 만들긴 했는데 모두가 희망을 가지는 정상적 사회로 가려면 부동산을 손봐야 할 것 같다"면서 "결국 수요와 공급이 가격을 결정하니 이를 제어하려면 많이 짓든지, 아니면 있는 집을 내놓게 해야 한다. (다주택자들이)왜 집을 저축하나. 주거는 부수 수단이 되고 투기가 중심이 됐다. 실수요가 아닌 주택에 대해선 엄청나게 중과세를 해서 가지고 있는 게 손해가 되게 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장기 공공임대를 확대해 주택 소유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방법도 있다. 공공에서 짓는 주택은 30년 이상 거주할 수 있는 장기 임대주택으로 공급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임기 절반이 지났는데 2년이라는 시간이 그렇게 많은 시간은 아니었고 엉뚱한 일에 많이 휩쓸리기도 했다. 그래도 정책의 기본 토대는 마련했다고 본다. 핵심적 가치는 역시 공정한 세상, 합리적으로 예측가능한 경기도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새로 구상하는 정책이 있는지 묻자 "머릿속에 몇 개는 있는데 시점을 봐서 할 얘기"라면서 답하지 않았다. 늘 이슈의 중심에 서있던 그가 다음엔 무엇으로 대중의 눈길을 잡을지 무척 궁금해졌다.

/강기정·남국성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