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일보 보도(6월 24일자 1면)로 알려진 안산 사립유치원 집단 식중독 사고 파문이 심상치 않다. 지난 12일 사고 발생 유치원에서 한 원생이 식중독 증상을 보였지만, 유치원의 늑장대응으로 대형 집단감염 및 많은 원생이 심각한 합병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27일 현재 해당 유치원의 원생 및 교직원 202명 중 식중독 유증상자는 111명이다. 원생과 가족, 교직원을 대상으로 한 장출혈성대장균 검사에서는 57명이 양성판정을 받았다.

특히 장출혈성대장균의 합병증인 용혈성요독증후군(HUS) 증상을 보이는 원아가 15명이고 이중 4명이 신장투석 치료를 받는 등 위급한 상황이다. 일명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HUS는 단기간에 신장을 망가뜨리는 희귀질환으로 신장투석외에는 적절한 치료법이 없고 또 다른 합병증에 시달릴 수 있는 무서운 질병이다.

이번 안산 유치원 식중독 사고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자랑거리가 된 K-방역의 이면에 도사린 커다란 구멍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우선 초동 대처가 너무 늦었다. 해당 유치원은 12일 발생한 식중독 증상이 확산되고 나서야 17일 보건당국에 보고했다. 감염병 보고체계가 작동하지 않은 것이다. 많은 원아들이 끔찍한 햄버거병으로 전이된 가장 큰 원인이다. 또 해당 유치원은 감염병 발생에 대비해 보존해야 할 의무가 있는 식자재를 폐기했다. 이 때문에 보건당국은 지난 주말까지 자신했던 역학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감염병 관리행정의 부실이다.

교육당국의 급식 위생점검 대상에서 유치원이 빠져있는 것도 이번에 확인됐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엄격하기 짝이 없는 학교급식 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시스템이 유치원에는 적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학교급식법상 학교급식 대상에 유치원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에만 2천개소가 넘는 유치원들이 급식관리를 받지 않은 것이다. 세금으로 급식예산을 지원한 정부가 급식관리를 포기해 온 것은 직무유기다. 유치원 3법 개정으로 학교급식법 대상에 유치원도 포함됐다지만 법이 시행되는 내년 1월 30일까지는 대책이 없다.

해당 유치원 학부모들은 유치원 원장을 고소했지만, 원장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정부는 K-방역이 코로나19 표준방역이 됐다고 자랑했지만, 그 이면에 뚫려있는 감염병 관리체계부터 대대적으로 수선하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