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 자판기 설치 조례 개정
의무→재량 완화 '유명무실' 전락


이른바 '깔창 생리대' 논란 후 경기도 학교 내 여자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는 제도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유명무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 교육청은 관련 조례가 제정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도의회와 도교육청에 따르면 2018년 도내 학교 여자화장실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경기도교육청 화장실 관리 조례'가 개정됐다.

생리대를 살 돈이 없는 저소득층 여학생들이 운동화 깔창이나 휴지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이 알려지면서 생리대를 학교 보건실에서 제공케 했지만, 실제 여학생들이 이용하는데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에 따라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토록 한 게 조례를 개정한 이유다.

화장실과 거리가 떨어진 보건실까지 가야 하고 이름을 적어야 하는 등 절차가 있어 같은 학교 내 남자 청소년들을 의식하게 된다는 고충이 있었던 것이다.

다만 당초 이 조례를 발의했던 추민규(민·하남2) 도의원은 생리대 자판기 설치를 의무사항으로 규정했지만 "예산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도교육청 의견에 따라 설치 규정을 학교 재량으로 완화했다.

그러나 1년 반이 지난 지금 학교 현장까지 조례 개정 효과가 닿지 않는 실정이다. 재량에 맡기다 보니 학교마다 설치가 제각각 이뤄지고 있는데 도교육청은 실태 파악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번씩 각 학교에 생리대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는 공문만 보내고 있는 상황이다.

학교마다 '빈익빈 부익부' 현상마저 나타난다는 지적도 나오지만, 최근에는 도교육청 고위 간부가 도의회 질의 과정에서 "돈이 없어서 생리대를 못 쓰는 경기도 내 학생들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발언하는 등 심각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조례를 발의한 추 의원은 "특목고, 외고, 사립고는 많이 설치돼 있는 반면 일반 학교는 그렇지 않다. (추 의원의)지역구인 하남 상황만 놓고 보면 사립고인 하남고만 설치돼있다"며 "학교 재량 사항이니 강제할 수는 없지만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도교육청 관계자는 "(생리대 자판기 설치와 관련해)보급이 확대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는 안내하는 것 외엔 별도의 지원은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남국성기자 nam@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