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추경안이라는 38조4천억원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심사하는 데 평균 두 시간이면 충분했다. 운영위에서는 50분 만에 정부 안이 통과됐다. 정부 원안에서 가장 많은 2조3천101억원을 증액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도 심사 완료에 1시간30분이 걸리지 않았다. 다른 위원회도 대동소이했다.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했다. 오죽하면 기획재정위 소속 정의당 의원조차 심사가 졸속으로 운영됐다며 회의장을 박차고 나올 정도였다. 그러다보니 3차 추가경정예산안 심사에 대한 뒷말이 끊이질 않는다.

범여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의당조차도 이번 심사를 그냥 넘길 수 없었던 모양이다. 어제 정의당 예결위원인 이은주 의원과 박원석 정책위의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3일 만에 무려 35조3천억원 규모의 추경안을 심사해 의결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3차 추경안 심사에 제동을 걸었다. 이 의원은 이번 추경안의 핵심인 '한국판 뉴딜' 예산 5조1천억원에 대해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추경 재원 마련을 위한 지방교부세 등의 감액 계획에 대해 이 의원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는' 재원 마련 방식"이라고 강력히 비판했을 정도다.

이번 3차 추경안 심사는 누가 봐도 졸속이었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20여일간 긴밀한 당정 간 협의를 통해 정부 원안을 충분히 챙겨보았기 때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항변한다. 그렇다고 42.195㎞를 달리는 마라톤 선수가 골인 지점에 들어오는 시간보다도 빠르게 심사가 진행됐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더 한심하다. 산 순찰, 책 배달, 멧돼지 폐사체 수색 등 단기 일자리 사업에 투입되는 돈이 9조원이다. 민주당은 통합당이 심사에 참여하지 않아 시간이 단축됐다고 핑계를 돌리지만, 그럴수록 더 꼼꼼하고 세밀한 현미경 심사를 해야했다.

물론 추경이 성공하려면 빠른 집행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국회예산정책처도 우려할 만큼 큰 효과 없는 사업들을 엉터리 졸속심사로 거르지 못한다면 오늘이라도 재심사를 해야 한다. 통합당도 참여한다면 더 좋을 것이다. 사상 유례없는 3차 추경안이다. 3일 이대로 졸속추경안이 본회의를 통과한다면 큰 걱정이다. 이번 추경으로도 코로나 경제쇼크와 민생악화를 막지 못한다면 졸속심사를 한 민주당은 그 책임을 피할 길이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