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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재흥 정치부 기자
한국사회에서 '비정규직의 증가'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시점은 IMF 사태를 겪은 이후라고 알려졌다. IMF 이전에도 일용직 등 전일제가 아닌 고용 형태가 없었던 건 아니다. 다만, 정부가 비정규직의 종류 등을 분류하고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시점이 2000년대 초반인 점을 고려하면 IMF 이후 고용 시장의 유연화가 본격화된 셈이다. 한국에서 비정규직 일자리가 늘어난 배경에는 경제위기 등의 구조적 원인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의 비정규직은 외국과 다른 특징을 보인다. 임금 등 처우와 관련한 정규직과의 격차가 도드라진다. 통계개발원의 2018년 '한국의 사회동향'에 따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 임금의 54.6% 수준이다. 영국과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시간제 일자리의 비중이 높은 편이지만 전일제 근무를 희망하는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다고 한다. 반면 한국의 비자발적 시간제 비율은 49.8%(2017년)였다.

문재인 정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정규직 전환 정책은 '공정성' 논란에 휘말리고 말았다. 정규직 전환과 관련한 사례를 취재하면서 논란의 초점이 '개인'에게 맞춰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비정규직들의 삶을 상대적으로 평가절하하는 여러 언행들은 정도를 벗어난 수준이었다.

작금의 논란을 떠나 공공과 민간을 구분할 것 없이 사용자가 '싼값'에 비정규직을 써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과거 인천공항공사 전체 인력의 85%가량도 외주화 됐었다. 정책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정규직 전환이 기울어진 고용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형평에 어긋났다면 비정규직이라는 존재는 과연 공정한 것인가.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 때다.

/배재흥 정치부 기자 jhb@kyeongin.com